답은 정부부처 내 공무원들이 꺼리는 부서를 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공무원들이 가기를 기피하는 부서들은 대부분 ‘일을 해도 욕먹는’ 경우이거나 ‘잡음이 많아 업무가 과도한’ 부서라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최근 이런 기피부서가 대부분 부처 내 주요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되는 정부 정책 가운데 상당수가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라는 다소 씁쓸한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최근 대표적으로 십자포화를 받으며 인기가 시들해진 부서는 세제실이다. 세제실은 모든 국민의 4대 의무인 납세와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는 부서로, 기재부 내에서 핵심부서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해 세법개정안 발표 직후 중산층 세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작된 여론의 비난에 세제실은 공들여 준비한 세법개정안을 곧바로 수정하는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 최근 연말정산 환급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또 한 번 뭇매를 맞게 되자 내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은 상태다.
세정을 직접 집행하는 국세청의 최근 기피부서는 조사국이다. 기업이나 개인의 세무조사를 주로 담당하는 조사국의 업무는 ‘국세청 업무의 꽃’이라고 불린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에 대한 인식이 좋기는 어렵겠지만, 최근 들어 조사국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나빠 직원들의 사기가 상당히 저하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내 꺼려하는 부서는 에너지 관련 부서다. 지난해 여름 원전 부품 성적서 위조 사건과 함께 사상 초유의 전력 대란과 밀양 송전탑 사건 등을 겪으면서 관련 업무가 쏟아지자 대표적 기피부서가 됐다. 내부에서조차 ‘어지간하면 에너지 관련 부서로는 가고 싶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밖에 예상치 못한 기름유출 사고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해양수산부 해양환경 부서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행복주택 담당 부서인 국토해양부 주택기금과 역시 대표적 기피부서 리스트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