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민 ‘기도-보풀’(Pray-Coton·2022·사진=슈페리어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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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캔버스에 물감을 겹겹이 올린 작업을 ‘그림’이라 여긴다면, 당혹스러울 만하다. 실뜨기하듯 겹겹이 얽히고설킨, 보슬보슬한 털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실뭉치를 사뿐히 올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캔버스의 살점을 뚫고 들어갔다가 빼내기를 반복하면서 쭉쭉 당겨낸 선들에선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으니.
작가 김규민(45)은 물감 대신 실로, 붓 대신 바늘로 회화작업을 한다. 아니 자수작업을 한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수 있겠다. 섬유예술을 전공해 실 만지고 바늘 꽂는 일에는 도통했겠지만, 바느질의 기본기는 작가를 키우다시피 한 이모에게서 배웠단다.
그때의 가르침이었으려나. 자칫 손끝에서 피를 볼 수 있는 일임에도 이 작업에 굳이 키워드가 필요하다면 ‘평정’이란다. 실과 실로 화면을 덮어내는 중복적인 행위가 “감정의 반복이자 만나고 헤어지는 유기적 관계를 의미”한다니. “실이 캔버스를 통과할 때 내는 마르고 거친 소리, 실과 실을 묶고 물감을 칠하는 모든 과정에서 복잡한 생각이 조용히 정리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래서 ‘기도-보풀’(Pray-Coton·2022)인가 보다. 배배 꼬인 사는 일의 복잡한 방정식을 작가는 이렇게 풀어낸다.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여는 김태화·은유영과 여는 3인전 ‘내 마음의 평온을 찾아서’(Find Peace in My Heart)에서 볼 수 있다. 전통한지에 아크릴·자수. 슈페리어갤러리 제공.
| 김태화 ‘노스탤지어(Nostalgia·2022), 캔버스에 오일, 100×100㎝(사진=슈페리어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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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영 ‘황혼이 시작됐을 때’(Just When The Twilight Started·2019), 나무에 우레탄·아크릴·진주가루·자개, 53.0×45.5㎝(사진=슈페리어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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