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내용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이 결국 폐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데 따른 국회의 재표결 결과다. 앞선 거부권 1호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법안 내용과 이해관계자 등은 달랐지만, 법안 처리 과정과 그 후폭풍은 꼭 닮았다.
그 과정은 ‘이해관계가 걸린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법사위 패싱 후 본회의 직회부)→ 집권여당의 건의에 따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본회의 재표결을 통한 법안 폐기’라는 악순환이다. 이를 통해 국회 입법권 무력화, 이후 관련 이해관계 집단의 극심한 갈등으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야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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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동안 거부권 행사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행사됐다. 제헌 국회 이후 벌어진 총 74건의 거부권(거부권 철회 제외시 총 72건) 중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45건을 이승만 전 대통령이 1·2·3대 재임 동안 행사했다. 지난 19~20대 국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1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 문재인 전 대통령 0건을 행사했다. 사실상 과거 권위주의 체제 시절 행사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국회에는 일방적인 직회부를 막기 위해 상임위 차원에서 안건조정위원회, 직회부 이후 여야 간 한달 간의 숙려 기간, 본회의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 등 다양한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강행과 파행을 반복하는 현 상황이 사실상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6월 국회에서도 방송법, 노란봉투법,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등 이미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를 거친 법안들이 본회의에 줄줄이 상정돼 있어 악화일로 상황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는 점이다. 극한 갈등은 대화 단절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여당 대표의 식사 회동 제안에 “밥·술은 친구분들과 하라”는 야당 대표의 발언이나, 김남국 코인·돈봉투 의혹 사건 등을 꼬집으며 민주당 전체를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가는 여당의 행태는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기억하자. 양곡법의 당사자는 농민, 간호법은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인, 방송법은 시청자,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다. 진영 논리로 정략을 거듭하면 국민들의 분열과 갈등을 더욱 키울 뿐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논점을 흐리고 본질을 잃게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