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활자중독자'가 전하는 '읽고 쓰기'의 매력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김미옥|340쪽|파람북
  • 등록 2024-05-22 오전 3:10:00

    수정 2024-05-22 오전 3:1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아침에 성윤석의 시집 ‘사랑의 다른 말’을 읽었다. 베란다에 서서 가로수 거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커피를 마신다. 시(詩)가 있는 아침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느릿느릿 차가 지나가고 내 게으른 사랑도 잘살고 있으리라 믿는다.”

독서계 ‘파워 인플루언서’인 저자가 공황장애에서 벗어나게 해준 ‘읽고 쓰기’를 권하는 책이다.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하고 평생의 소망이었던 책읽기에 몰두하기 시작한 저자는 읽고 싶은 책들을 모조리 주문해 읽으며 페이스북에 독후감을 올렸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요점을 찌르는 문장들, 다독으로 단련된 풍부한 배경지식에 팬들이 하나둘씩 늘었다. 어느덧 그의 서평 포스팅은 곧 증쇄를 부르는 도서 인플루언서가 됐다.

책은 자신을 ‘활자중독자’라고 칭하는 저자가 전하는 책들의 매력을 소개한다. 작가들이 묘사하는 삶의 조각들과 일상적 가치에 대한 사색도 담았다. 다루는 책은 시·소설·미술·역사·과학까지 분야와 장르를 넘나든다. 17세기 독일의 사형 집행인을 다룬 조엘 헤링톤의 ‘뉘른베르크의 사형 집행인’ 이야기를 같은 시기 조선의 재판기록 ‘추안급국안’과 거기서 모티브를 딴 황석영 소설 ‘장길산’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2022년 구겐하임상을 받은 미국 작가 브랜던 홉슨의 ‘에코타 가족’을 소개하며 1932년 ‘초당’으로 미국에서 같은 상을 받은 강용흘을 소환하기도 한다.

저자에게 책은 오랫동안 취향이었고 삶의 일부였다. 페이스북에 서평을 올린 것도 멘탈을 다독이기 위해서였고, 혼자만 보기 아까운 책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저자가 상처투성이 가족사 등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책과 글쓰기였다. 저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읽었다면 단 한 줄이라도 써라. 모든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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