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카카오웹툰 ‘입 맞추는 사이’남녀의 영혼이 뒤 바뀐다는 설정은 오래된 클리셰다. 90년대 청춘 영화였던 ‘체인지’를 비롯해 유명 일본 만화들에서도 자주 설정으로 쓰였다. 어찌보면 진부한 설정이지만 그만큼 자주 쓰인다는 건 재미가 있다는 반증이다. 카카오웹툰 ‘입 맞추는 사이’는 이 진부한 설정을 다시 한 번 가공해 참신함을 더했다.
특히 남녀 주인공의 출신 성분과 성향 등에서 웹툰다운 톡톡 튀는 설정을 부여했다. 어렸을 때 인연이 있었다는 설정은 다소 진부하지만 재벌가 아들과 무당집 손녀라는 두 주인공의 배경은 상당히 상반되면서 이채롭다. 특히 무당집 손녀는 평소 로맨스 판타지 웹툰에선 흔치 않은 소재다.
제목처럼 두 주인공은 우연히 야구장에서 마주쳐 사고(?)로 입을 맞추게 되면서 영혼이 뒤바뀐다. 상반된 두 사람의 배경과 함께 두 사람을 관통하는 공통 요소가 동시에 부여되면서 입체감이 산다. 출신 성분과 성격은 다르지만 귀여운 것, 가족 등에 꽂힌 두 사람의 모습은 흥미를 자아낸다.
세세하게 기존 설정과 차이점을 두는 연출도 흥미롭다. 예컨대 보통 가족의 정을 그리워 하는 캐릭터라면 그간 만화들에선 재벌가의 외로운 남자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입 맞추는 사이’에선 반대다. 재벌가 자녀인 남 주인공이 화목한 가족을 갖고 있다면 여 주인공은 부모가 없어 마음의 상실을 겪고 있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런 상반된 캐릭터의 힘이 웹툰 스토리 전반을 끌고 간다. 진부한 설정을 진부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는 점은 상당한 매력이다. 작화도 개성 있는 펜터치와 따뜻한 색감 등으로 힐링물의 느낌을 살렸다. 곳곳에 유머코드도 많이 배치해 독자들의 재미를 높이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이 웹툰은 약 180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