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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난히 즐겨 쓰던 말이다. 이주영, 정우택 의원 등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독선적 당 운영 등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백의종군’을 요구할 때마다 홍 대표는 이렇게 쏘아붙이며 일축했다.
“선거 한 번 해보자.”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는 이 말을 반복했다. 각종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한국당과 당 후보들의 저조한 지지율이 ‘왜곡된 민심’이란 주장도 일관되게 폈다. 그랬음에도 선거 막판엔 부산 지원유세 등에서 큰절을 하면서 그간의 ‘막말’ 논란에도 사과하고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홍 대표는 9일 페이스북에 “공직생활 36년 동안 사과나 굴복을 한 일은 없지만 이번 막말 프레임은 사실 유무를 떠나 그렇게 알려져 버렸기 때문에 사과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썼다. ‘사과’가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 억울하지만 어쩔 도리 없이 했다는 듯 읽혔다.
그러나 홍 대표는 조금 뒤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참패한 것이고, 참패 책임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면서도 “아직도 믿기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여론조사에 끊임없이 불신을 표해온 만큼, 출구조사 결과가 바뀔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던 듯하다.
그러나 14일 자정 현재, 개표 중간 결과는 출구조사보다 더 나쁘다. 광역단체장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무소속이 14대 2대 1로 그대로인데, 12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는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출구조사에선 경북 김천 한 곳에서 한국당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조사됐지만, 개표율 27% 상황에서 송언석 후보가 최대원 무소속 후보에 4%포인트 뒤지고 있다. 재보선에선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할 공산이 커진 셈이다.
민심과는 반대길로만 걷고, 당내 ‘다른’ 목소리는 무시하던 홍 대표가 자초한 결과라는 게 한국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평가다. 당장 출구조사 발표 뒤 전현 당협위원장들이 모여 만든 ‘당 재건비상행동’은 홍 대표와 당 지도부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 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 강효상 대표 비서실장, 장제원 수석대변인, 전희경 대변인 등 홍 대표는 물론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타깃이다.
그러면서 “당을 대한민국 정당사에 가장 저질적이고 무능한 정당으로 타락시킨 홍 대표와 당 지도부는 즉각적이고 완전히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음만 먹으면 당원들에 당원권 정지와 제명도 가할 수 있었던, 서슬 퍼렇던 불과 얼마 전의 홍 대표였다면 또다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응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젠 그렇게 무시하고 돌아설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홍 대표가 사실상 ‘개소리’로 치부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실제로는 민심과 가까웠다는 ‘마주하기 싫은 진실’을 이제 홍 대표가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그 진실을 부인하던 홍 대표를 남겨두고 ‘민심 기차’는 벌써 떠나가버렸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