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원’ 최저임금에 ‘쪼개기 채용’ 고민하는 사장님들

내년 최저임금 1만30원 결정에 자영업자 ‘곡소리’
주휴수당 안 주는 ‘쪼개기 채용’ 고민 사례 늘어
PC방 점주 “고물가에 최저임금 1만원 말 안돼”
업주도 직원도 “최저임금 차등적용 필요한데”
  • 등록 2024-07-15 오전 5:35:00

    수정 2024-07-15 오전 5:44:19

[이데일리 김정유 김영환 노희준 경계영 한전진 기자] 서울 강서구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 중인 30대 김 모씨는 최근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나눠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채용’을 고민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대를 돌파한 데 따른 조치다.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겐 주휴수당을 지급하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다. 1만원대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 겹치면 자영업자 입장에서 체감되는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어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7%(170원) 인상한 1만 30원으로 결정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이 모씨가 혼자 라면을 끓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14일 매장에서 만난 김 씨는 “내년엔 최저임금이 동결될 줄 알았다. 지금 수준으로도 채용이 어려워 이미 시간당 임금은 1만원 이상 지급하고 있다”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현재 시급이 1만원 초반대인데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만 30원으로 인상되면 사실상 최종 1만 2000원 이상이다. 주 15시간 이내로 쪼개기 채용을 고민 중인 이유”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인건비 외에도 다른 고정비가 지속 늘고 있다”며 “인건비까지 늘어나면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편의점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쪼개기 채용을 고민하거나 야간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30대 점주는 “여러 명을 고용해 1명당 주 14시간30분씩 일을 시키려고 하는데 고민이 많다”며 “최저임금이 지속 인상될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주휴수당이라도 폐지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심상백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공동대표는 “단순히 내년에 1만원을 넘긴 게 문제가 아니라 최근 5~6년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이 문제”라며 “인건비 부담에 야간에 영업을 안 하는 편의점주들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르바이트 직원 고용이 활발한 PC방 업계도 한숨이 커졌다.

서울 강서구와 경기도 부천시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30대 이모씨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높은 수준”이라며 “PC방은 최근 전기료부터 음식값 등이 모두 올라 경영 부담이 더 심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고물가를 잡겠다고 하면서 최저임금을 1만원대로 올린 건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직원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최근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의 인상을 환영하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일부 직원들은 보다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 강서구 커피전문점에서 1년 6개월째 근무 중인 20대 직원 김모씨는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모든 아르바이트생들이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경력자 입장에선 더 받을 수 있는 사람도 그만큼 못받게 된다. 무리하게 최저임금만 올리는 것보다 유연하게 (차등적용)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자영업자들에게 민감한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올리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누군가를 (임금을) 더 줘야 하고 누군가는 실력이 안 되는데도 최소한 어느 정도는 줘야 하면 업주 입장에서는 그 자체가 손해”라며 “올해만이 아니고 계속 최저임금이 인상됐는데 경영하는 입장에선 애로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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