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지방선거… 관심 뚝 떨어진 세가지 이유

'한반도 비핵화' 초대형 남북이슈가 선거이슈 집어삼켜
"민주당 후보면 당선"… 압도적 여당 지지율에 흥행↓
여야 지루한 정쟁도 무관심 일으켜… 한국당 치명타 우려
  • 등록 2018-05-07 오전 8:53:49

    수정 2018-05-07 오전 8:53:49

6·13 지방선거가 40여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초대형 남북 이슈와 지루한 정치권 정쟁 등으로 인해 시민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만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저수지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6·13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과 투표 독려를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6·13 지방선거가 정치권의 ‘그들만의 리그’로 굳어지고 있다. 선거가 불과 4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각종 대형 이슈와 여야 간 정쟁에 묻혀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해서다. 총 4000여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흥행에 실패해 깜깜이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주의 꽃’인 선거 의미의 퇴색은 물론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정치권과 각 정당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대진표가 속속 마무리되면서 선거가 37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이 시들해져만 가고 있다.

각 지역구 후보들을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고, 지방선거 일정 조차 모르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김승택(가명)씨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이 일찌감치 끝나 박원순 시장이 3선에 가까워졌다는 것도 최근에야 우연히 알게 됐다”면서 “교육이나 지역 현안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에는 선거 유세운동도 거의 없고, 여야가 하도 싸우는 판에 관심이 떨어져 시의원 예비후보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 이유는 메가톤급 남북이슈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개최된 4·27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한 단계 앞당긴 중차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는데다 앞으로 한·중·일, 한미, 북미 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가 잇따라 예정된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나선 후보들이 과거에 비해 선거운동을 덜한다기 보다는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초대형 이슈가 워낙 사안이 커서 선거전 분위기를 집어삼키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남북 화해무드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율 역시 지방선거의 흥행을 저해하는 요소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에서 문 대통령이 83%의 지지율을 기록해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에 힘입어 민주당도 55%의 지지율을 기록, 창당 이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1993년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의 59% 이후 최고치로 평가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하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 17곳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는 ‘민주당 경선 통한 후보 확정자=본선 승리자’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사상 최초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후보는 지난달 20일 같은 당 박영선, 우상호 의원을 누르고 1위로 경선을 통과한 직후 시정 복귀를 선언했다. 이미 야당측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는 만큼 지방선거 후보 등록일(5월24~25일)까지 남은 기간에는 사실상 시정에 집중, 요란한 선거는 피한다는 전략이다. 박 시장측 캠프 관계자는 “한미,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통해 시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할 업무가 있을 지 몰라 아직까지 정확한 후보 등록의 날짜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가 40여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초대형 남북 이슈와 지루한 정치권 정쟁 등으로 인해 시민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만가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강원 횡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자유한국당 강원도 필승결의대회’에서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생은 제쳐두고 지루한 힘겨루기만 계속하는 여야의 구태연한 정치 행태도 지방선거에 시민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달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여아는 방송법·국민투표법·추가경정예산(추경)안·드루킹 특검 등 쟁점 현안을 두고 평행선 입장을 보이며 상임위원회나 본회의를 단 한차례도 열지 못했다. 5월 임시국회도 시작됐으나 여야간 간극이 워낙 커 공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보통 지방선거에서 인물론이 부각되지만 여당 지지율이 워낙 압도적이라 서울시장과 경남지사 등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지역이 없다”며 “보수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색깔론으로 일관하는 한국당은 선거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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