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남은 변수는 보수층 결집과 야권 후보 단일화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선거 판세에 위기를 느낀 콘크리트 보수층이 투표장으로 대거 몰릴 수 있는데다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상황을 반전시킬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선거 직전날인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숨어 있는 ‘샤이 보수(여론조사에서 응답하지 않은 보수 성향 유권자)’가 얼마나 나타날지도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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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더불어민주당)·김문수(자유한국당)·안철수(바른미래당) 후보 간 3자 대결로 펼쳐지는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화두는 단일화다.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줄곧 2, 3위권에서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을 펼치는 김·안 후보는 ‘박원순 불패론’으로 굳어지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연대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통합 후보, 단일화 방식 등을 놓고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통합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지난 3일 두 후보가 첫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도 김 후보는 ‘당대 당 통합’을, 안 후보는 ‘무조건적인 양보’를 주장해 단일화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야권 대표선수’를 강조하는 안 후보는 줄곧 양보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중앙보훈병원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시점에서는 일대 일로 경쟁할 때 누가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대승적인 양보를 해야 절반이 넘는 서울시민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며 박 후보에게 양보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문제는 8일 사전투표일이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투표용지가 모두 인쇄됐다는 점이다. 투표용지에 ‘사퇴’라는 문구가 기재될 수 없어 사표 등을 감안하면 단일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 2010년 6·2 경기지사 선거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위해 투표일 전날 사퇴했지만, 무효표가 무려 18만표에 달했다.이는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와 유시민 후보의 표차(4만5000표)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남은 선거 때까지 돌파구를 마련할 만한 새로운 변수가 없고, 선거 이후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어 야권 내 단일화 이슈는 투표일 직전까지 꾸준히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만약 김문수, 안철수 두 후보가 연대한다면 단술 합산으로는 계산이 안되는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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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당에 우호적인 선거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아직 남은 변수는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이후 여야 권력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데다 지방선거 마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 견제 장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정권 견제론이 부각될 수 있어서다. 즉, 견제와 균형의 프레임에 묶여 집권여당 디스카운트를 당할 수 있는데다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집결하면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