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판세분석]서울 싹쓸이 나선 與… 보수결집·야권 단일화 변수

박원순 초강세 속 김문수·안철수 연대카드 '만지작'
강남도 지각변동… 한국당, 구청장 5곳 수성 여부 관심
견제와 균형 심리 부각될 수도… '샤이보수' 핵심변수로
  • 등록 2018-06-07 오전 5:00:00

    수정 2018-06-07 오전 5:00:36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6·13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서울 지역 표심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쏠려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높은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에 힘입어 서울시장을 비롯해 25개구 기초단체장, 노원·송파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싹쓸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앞으로 남은 변수는 보수층 결집과 야권 후보 단일화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선거 판세에 위기를 느낀 콘크리트 보수층이 투표장으로 대거 몰릴 수 있는데다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상황을 반전시킬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선거 직전날인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숨어 있는 ‘샤이 보수(여론조사에서 응답하지 않은 보수 성향 유권자)’가 얼마나 나타날지도 관전포인트다.

(왼쪽부터)박원순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자유한국당,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사진=연합뉴스)


박원순(더불어민주당)·김문수(자유한국당)·안철수(바른미래당) 후보 간 3자 대결로 펼쳐지는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화두는 단일화다.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줄곧 2, 3위권에서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을 펼치는 김·안 후보는 ‘박원순 불패론’으로 굳어지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연대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통합 후보, 단일화 방식 등을 놓고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통합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지난 3일 두 후보가 첫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도 김 후보는 ‘당대 당 통합’을, 안 후보는 ‘무조건적인 양보’를 주장해 단일화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방식으로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도 저에게 불리한데다, (그동안 언행을 보면)한마디로 사퇴하라고 종용하는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안 후보측과 만날 계획도 없고, 단일화에 대해 협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야권 대표선수’를 강조하는 안 후보는 줄곧 양보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중앙보훈병원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시점에서는 일대 일로 경쟁할 때 누가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대승적인 양보를 해야 절반이 넘는 서울시민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며 박 후보에게 양보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문제는 8일 사전투표일이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투표용지가 모두 인쇄됐다는 점이다. 투표용지에 ‘사퇴’라는 문구가 기재될 수 없어 사표 등을 감안하면 단일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 2010년 6·2 경기지사 선거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위해 투표일 전날 사퇴했지만, 무효표가 무려 18만표에 달했다.이는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와 유시민 후보의 표차(4만5000표)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남은 선거 때까지 돌파구를 마련할 만한 새로운 변수가 없고, 선거 이후 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어 야권 내 단일화 이슈는 투표일 직전까지 꾸준히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만약 김문수, 안철수 두 후보가 연대한다면 단술 합산으로는 계산이 안되는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서울 25개구 구청장 선거와 노원병과 송파을에서 치뤄지는 재보궐 선거 역시 관심거리다. 한국당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탓에 5곳의 지역구(강남·서초·송파·중랑·중구)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광풍이 워낙 거세 1995년 이후 단 한 차례도 깨지지 않은 강남3구 지역에서도 ‘보수 불패’ 신화가 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3구 야권 후보 선거캠프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도 당 지지율이 뒤집어진지 오래 됐고, 그나마 현직 프리미엄을 얻고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며 “실제 표를 까보기 전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정순균 더불어민주당 강남구청장 후보(왼쪽)와 장영철 한국당 후보(사진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서울 지역 내 단 두 곳에서 치뤄지는 송파을과 노원병 재보궐 선거도 여권이 초강세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송파을 거주 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소속 최재성 후보가 54%의 지지율로 배현진 한국당 후보(19.1%)를 2배 이상 앞섰다. 또 지난달 28~29일 이틀간 노원병 재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9.2%의 지지를 획득,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19.8%), 강연재 자유한국당 후보(7.9%)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시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여당에 우호적인 선거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아직 남은 변수는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이후 여야 권력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데다 지방선거 마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 견제 장치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정권 견제론이 부각될 수 있어서다. 즉, 견제와 균형의 프레임에 묶여 집권여당 디스카운트를 당할 수 있는데다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집결하면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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