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태어난 31세 회사원 A씨는 올해 꿈에도 그리던 결혼에 골인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6박 7일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에서 그는 우리 돈을 내고 저녁을 사먹고 입장료를 냈다. 몇 년 전부터 동남아 주요 관광지에서 한국 돈을 받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뉴스를 봤는데 정말 한국 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A씨는 적잖이 놀라면서도 높아진 한국 돈의 위상에 내심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 A씨는 한 대기업에서 원료 구매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한화로 대금을 결제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환율 급등락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회사 분위기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한국 원화가 달러, 유로, 엔, 위안화에 이어 다섯 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될 정도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들은 것 같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알아채셨겠지만 이 이야기는 2035년의 대한민국을 그린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치게 허황된 이야기로 보이는가? 아마 1985년 서울 명동 거리의 행인을 붙잡고 2022년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전 세계 10위라고 이야기 해주면 코웃음 치며 허황된 소리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이 밟아온 역사적 경로에 비추어보면 2035년 대한민국 원화가 기축통화에 버금가는 위치로 부상하며, 1인당 GDP가 10만불 정도 하는, 미국 중국과 함께 국제질서를 선도하는 G3 국가로 올라설 것이라는 꿈은 생각해볼 만한 일일지 모른다. 아님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르는 앞날이지만 그마저도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 세계는 지구도 좁아 제2의 지구라는 메타버스의 시대를 열었다는데 우리는 유독 이 작은 영토 안에 머물며 237개의 지방분권에 골몰하며 ‘국리민복(國利民福)’보다 ‘내 것들’ 챙기기에 우선인 정치 환경이니. 누가 과연?… 국민을 위한 공복을 자임하면서도 불공정과 비리의 구조적 먹이사슬로 숱한 대장동, 백현동이 나타나는 오늘이다.
제 2의 한강의 기적보다 태평양의 기적을 꿈꾸는 그런 열린 시야와 논의로 우리를 바꿀 눈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를 이끌어 가는 꿈이 잉태되는 그런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길 소망한다. 작지만 강한 나라, 더 이상 눈치보지 않는 나라. 나라를 빼앗길 걱정 하지 않는 나라. 무시 당하지 않는 나라. 외교적 결례나 업신여김 당하지 않는 당당한 나라. 미·중과 세계질서를 함께 논하는 부유하면서도 존경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선 리더와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들은 독립, 경제성장, 민주화라는 그 시점에선 너무나 허황되어 차마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왔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가난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참을 줄 알고 독재에 신음할 때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워 이겨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만만치 않은 국민들을 이끌어 갈 지도자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다음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5천만 인구로 15억 인구의 중국과 겨룰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1인당 30명의 능력이 되어야 되는 길이다. 한정된 인적 자원의 능력과 효율성을 극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 구축은 결국 정치지도자의 몫이다. 정치가 국민이 선량한 관리 의무로 위임한 권력을 이용한 ‘내 이익 챙기기’, ‘내 편 챙기기’, ‘한 몫 찾기’의 수준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정치인을 위한 정치 일 뿐. 그런 역할을 자각하는 리더라면 대한민국의 흥복이고 아니라면 우리 아이들에겐 재앙이다.
사람처럼 국가도 꿈을 꾼다. 개인이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역할을 할지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 듯 국가도 장기적 비전을 수립하고 투자를 하고 제도를 만든다. 여러분은 어떤 나라를 꿈꾸는가? 나의 후손들이 어떤 나라에 살기를 원하는가? 개개인이 그리는 미래상을 모두 더해 하나의 상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5천만명이 공유할 수 있도록 국민의 의지를 모아낼 수 있는 지도자가 선택되길 기대해 본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어야 할 때가 아닐까?
세계와 미래를 보는 꿈을 공유하며 땀과 눈물을 같이 흘려가며 다 같이 잘 살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지며 5천만의 긍지를 담아낼 수 있는 리더는 이상(理想)일까? 아니면 이를 꿈꾸는 국민은 순진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