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민주주의 주인된 권리' 절대 포기 말라

  • 등록 2018-06-11 오전 5:00:00

    수정 2018-06-11 오전 5:00:00

[강선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지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는 얼마나 쓰였을까? 용지를 길게 늘여놓으면 지구 한 바퀴를 돌고도 남고, 높게 쌓으면 8848m로 세계 최고
봉인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3.1배까지 올라간다. 30년 생 나무 8000그루가 희생된 대가다.

용지 인쇄 비용으로만 42억원이 들었는데, 이는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인 현대 그랜저를 150대 가량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투입된 관리 인원도 상당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2014년 지방선거에 동원된 선거관리인원은 대략 45만명에 달했다.

국민의 ‘의사 표현 수단’인 물적 자원(투표 용지), 표시된 의사를 계량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인적 자원(인건비) 등 지역 일꾼 선출을 위해 들어간 국민 세금은 총 9141억원 정도라고 한다.

‘선거는 축제’라는 당위적 명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잖은 비용 역시 우리가 투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제7회 6.13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될 자리는 4000여 개고, 등록한 후보만 93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 진행된 남북정상회담과, 하루 앞으로 다가온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에 매몰돼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못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땅 투기, 여배우 스캔들, 욕설 음성 파일, 잇따른 고소·고발, 자라탕 회식, 암 재발 등 각 후보 진영의 마타도어식 ‘묻지마 네거티브’까지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보, 이슈, 접전’이 사라진 ‘3대 실종 선거’를 넘어서 ‘인물, 정책’까지 사라진 ‘5대 실종 선거’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해서 뭐하나” “지방선거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식의 자조 섞인 농담도 들려온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규모가 큰 선거는 언필칭 국민적 열망을 담은 슬로건이 선거판을 지배해왔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구호는 ‘적폐청산’이었다. 소위 말하는 시대정신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자치 분권’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치권의 이 같은 흐름을 읽고 지방 분권 개헌을 추진하려 했다.

지역 스스로의 힘으로 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픈 게 유권자의 솔직한 심정일 게다. 실제 얼마 전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 최대 관심사는 ‘최저임금 인상’, ‘지역활성화 정책’ 등 서민 경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의제나 외교안보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즉 당장 먹고 사는 현실적 문제가 더 피부에 와 닿는다는 얘기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당시 ‘지방자치’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 힘입어 투표율이 68.4%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역대 지방선거에서는 줄곧 50%대에 머물렀다.

5대 실종 선거라는 우려감도 있고, 관건은 투표 당일인 13일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번 선거 ‘사전 투표율’만 놓고 보면 최종투표율이 60%대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전해진다.

지난 8~9일 양일 간 3512개의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 결과, 사전투표율은 20.14%로 2013년 사전 투표제 도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단위로 처음 사전 투표가 도입된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투표율인 11.49% 보다도 9%포인트(P)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투표율 등 양적 향상은 물론 특정 정당에 몰표를 던지는 이른바 ‘묻지마 투표’ 양상도 점차 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상당하다.

2010년 지방선거까지만 해도 우리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에서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특정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한 번호’, ‘일렬 투표’ 성향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선거부터 번호가 섞이는 이른바 ‘지그재그’ 투표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속 정당을 절대시 하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인물’을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렇듯 한층 성숙해진 유권자 분들께 감히 한 말씀 드리고 싶다. 민주주의의 주인 된 권리인 ‘소중한 한 표’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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