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정책위의장은 9일 정책위 비공개 회의에서 “정부 측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선제적인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나 청와대가 정책발표 전에 당과 협의를 하지 않는다면 예산과 법안의 국회 통과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당 정책위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있다면 때로는 야당이나 어떠한 시민단체보다 더 매섭게 정부를 질타할 것”이라며 결기를 내비쳤다.
‘탈MB’ 흐름은 비주류 원내 지도부 내부에 공감대가 넓다. 소위 ‘라면론’이 상징적이다. “정부는 라면을 끓이기만 하면 된다. 어떤 라면을 만들지는 당이 하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라면을 만들려고 하면 안된다”(원내 핵심관계자)는 것이다. 정부는 민심의 프리즘을 거쳐 마련된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일 뿐이란 논리다.
청와대가 적극성을 보이는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와 초과이익 공유제는 일단 제동을 걸었다. 이 정책위의장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만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가 개입이 제어되고 한정된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여러 전제하에서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운영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의 인사를 일방적으로 옹호만 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회전문 인사나 도덕적 문제가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당에서 확실한 목소리를 내서 인사가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되도록 우리가 좀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5·6 개각 인사청문회에서 매서운 검증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일방강행을 위해 국회법의 극단적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원내대표로서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일”(황우여 원내대표)이라고 몸싸움 대신 야당과의 조율에 무게를 실었다.
청와대는 “감세철회는 논의된 바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상황이고, 당내 보수파도 ‘포퓰리즘’이라며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예고된 충돌을 황우여·이주영 의원의 비주류 지도부가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