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진퇴양난에 빠진 홍준표 대표

1차 정상회담 직후 "남북 위장평화 쇼"라 맹비난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국민의 명예훼손" 청원 올라와
2차 정상회담 "지방선거 목적에 둔 쇼"
2시간 뒤 기자회견에서 "그런 말 한 적 없다"
  • 등록 2018-05-28 오전 5:10:00

    수정 2018-05-30 오후 7:44:32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6.13 지방선거가 점차 다가오고 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과 대구를 빼면 나머지 지역에서는 고전이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거에 더욱 고삐를 조여야 하지만, 남북관계 평화 무드가 부각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제1야당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남북관계를 비난만 하기도 또 애써 외면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1차 남북정상회담’ “위장평화쇼”에서 “잘한 일”로 입장 선회

지난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을 전후로 홍 대표의 ‘위장평화쇼’ 발언은 수차례 반복됐다. 정상회담 이후 모두가 잘했다고 박수칠 때도 그는 “No”를 외쳤다. 홍 대표는 4.27 정상회담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 발언은 즉각 역풍을 몰고 왔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준표 대표가 국민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후 보수의 중심 TK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와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는 등 긍정적 여론이 우세해지자 홍 대표는 입장을 바꿨다.

홍 대표는 지난 1일 “폭주하던 북의 독재자를 대화의 장에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이라며 기존 강경 일변도 입장에서 긍정적인 면을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또 “남북대화를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기존의 입장에서 다소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2차 남북정상회담’ 후 더욱 가벼워진 홍준표의 입

지난 24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다음날인 25일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사기쇼에 놀아났다”고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청신호가 다시 켜지는 데는 채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미 정상회담 재개가 급물살을 탔기 때문.

자유한국당은 정태옥 대변인의 이름으로 “법률적으로는 아직 반국가단체에 해당되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국민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고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 같은 발언에 “저하고 논의하고 논평하지 않은 정태옥 대변인의 단독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한다”고까지 했다. 27일 오후 4시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불과 2시간 전인 이날 오후 2시 강연재 노원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밝힌 의견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을 두고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정치적 쇼”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당사 기자회견에서는 정색하며 “쇼라고 말한 적 없다”며 자신의 발언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 버렸다.

3주도 채 안남은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고전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가운데 홍준표 대표의 ‘오락가락 발언’이 한 몫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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