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림에스피, 기가레인, 데코네티션 등 상장사들이 임기가 1년이 남은 감사를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교체했다. 교체 이유는 형식적으로는 ‘일신상의 사유’이지만 업계에서는 쉐도우 보팅 제도 폐지에 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모 업체는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다된 비상근 감사를 상근 감사로 교체했는데 올해 자산총액이 1000억원을 넘을게 확실,내년에 상근감사를 다시 뽑아야 하는 상황을 감안했다.
쉐도우 보팅 제도는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주주들의 투표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임의로 행사하는 제도다. 이 덕분에 주주가 주총에 관심이 없어도 의결 정족수를 맞추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이를 악용해 매우 적은 지분만 갖고도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대주주들이 나타났고, 이를 막기 위해 법을 바꿔 쉐도우 보팅 제도를 내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그런데 그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감사의 경우 최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회사가 제대로 운영되는지 견제하는 감사가 최대주주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쉐도우 보팅 제도가 사라지게 될 경우 감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가 찬성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22%의 지분이 필요하게 된다. 일반결의에 필요한 요건은 참석한 주주의 과반수이상 이면서 해당 주식이 전체 주식의 25%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중 장기투자자이면서 주주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기대되는 주주들은 그다지 많기 때문이다. 코스닥 업체 한 관계자는 “전년 12월말까지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기주총에서 주식을 보유한 개인들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쉐도우 보팅 제도를 폐지하면서 대안으로 전자투표제도 활성화를 들고 나왔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 마음만 먹으면 접근은 쉽지만 적극적으로 시스템에 접속,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가 많지 않을 것이란 추산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지분이 작은 회사는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하거나 혹은 내지 않아도 될 비용을 들여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를 쓸 수 밖에 없다.
정진규 코스닥협회 연구본부장은 “내년에 고민을 떠안지 않기 위해 감사를 교체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상당하다”며 “이 역시 임시미봉책인 만큼 감사 만이라도 이전처럼 쉐도우 보팅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