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천장서 물이 줄줄 새도…보수공사 못하는 LH입주민들, 왜

LH, 30억 배상비 반환소송 진행
입주민들 패소 우려에 돈 사용 못해
  • 등록 2023-08-18 오전 6:00:00

    수정 2023-08-18 오전 6: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아파트 천장에서 물이 새고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입주민에게 30억원을 물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LH가 30억원을 되찾으려고 법적 분쟁을 이어가서 아파트는 보수 공사에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북 전주시의 A 아파트는 LH로부터 지난 7월 하자보수금 30억 원을 배상받았다. 2018년 소송을 내고 5년 동안 지난한 소송을 진행한 결과였다.

사건은 아파트가 준공된 2013년 11월 시작됐다. 갓 입주한 새 아파트 천장에서 누수(물이 샘) 하자가 발생했다. 화재에 대비해 설치한 스프링클러가 말썽이었다. 일부 가구 천장에서 물이 떨어졌다. 이대로면 생활에 불편한 점을 떠나서 화재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할지 의문이었다.

조사 결과 배관 누수가 원인이었다. 시공사가 쓴 배관은 통상 스프링클러용에 적합하지 않은 자재였다. LH도 문제를 인식하고 2014년부터 이 자재를 더는 쓰지 않고 있다. 다만 이전에 준공한 A 아파트에는 이미 쓰여 문제였다.

절연(전류 차단) 피해도 잇따랐다. 정전(전력 공급이 끊김)도 아닌데 일부 가구에서 전기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원인은 물에 취약한 전선이었다. 전선이 축축해지자 누전을 방지하려고 전력을 차단한 것이다. 전세대 깔린 전선 3분의 1이 습기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민 656세대는 2014년 11월 LH에 하자보수를 요청했다. 입주한 지 1년 만에 전 세대가 나선 것이다. LH는 자체적으로 하자를 진단하고 일부 보수를 진행했다.

그러나 입주민은 전세대 대상으로 보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누수와 절연은 일부 세대가 겪는 피해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세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단지의 모든 배관과 전선을 교체하는 게 피해를 막을 방법이었다.

결국 2018년 4월 입주민들은 LH를 상대로 41억여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6월 LH 부실시공 책임을 70% 인정하고 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 동안 책임을 부인하던 LH는 1심 판결 직후 30억원을 A 아파트에 지급했다.

그러나 A 아파트는 하자 보수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LH가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행여나 나중에 최종 패소하고 30억원면 지급하게 되면 그 동안 이자가 발생하는 까닭에 일단 하자보수금 30억원을 지급해둔 것이다.

A 아파트는 30억원을 받고서도 혹시 소송에서 질 것을 우려해 쓰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세대는 누수와 절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필요한 부분은 내부 검토를 거쳐 설계 및 시공 기준을 개선했다”며 “공사현장 및 설계관리 부서에 전파해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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