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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유연성 전면에..밀어부치기식 결정 없애
“원전을 새로 짓지 않고 공정율이 미미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
지난 대선에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공사 중단을 공약했다. 영남권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자 이 지역에 몰린 원자력 발전소들의 위험성을 우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선언으로 신규 원자력 발전소의 중단을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유로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6월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가 추진됐다. 이미 공정이 28% 가량 진행돼 이에 대한 보상 문제가 뜨거웠다.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됐고 약 100여일 여의 논의 끝에 정부에 공사 재개를 권고했다.
1차 토론 당시 건설 재개(36.6%), 건설 중단(27.6%), 판단 유보(35.8%)가 엇비슷한 비율을 보였지만 논의가 진행될수록 건설 재개에 힘이 실렸다. 4차 토론에서는 건설 재개가 67.2%로 높아졌고 판단 유보는 3.3%에 그쳤다. 꾸준한 논의로 참여형 의사 결정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청와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는 숙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안부 합의 문제 역시 이번 정부의 정책 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공약한 바 있지만 외교부는 논의 끝에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을 포기했다. 지난 2015년 이전 정권에서 맺었던 위안부 합의의 공식 합의를 확인한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출연하기로 했던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을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면서 추후 협의의 가능성은 열어놨다. 화해 ·치유재단의 향후 운영에 대해서 정부는 “피해자, 관련단체,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후속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통 중시..국민의견 반영에 앞장
지난해 8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개설된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은 뜨거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청원 및 제안을 올려 20만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해 30일 이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책임있게 답변하기로 약속하면서 지난 4월24일 기준으로 22건의 답변이 정부로부터 나왔다. 소년법 개정 청원, 낙태죄 폐지 등이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정치적 부담을 안고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사실상 국회와의 투쟁을 선언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대통령 개헌안은 불발됐다. 청와대는 “개헌안의 취지는 개헌과 별도로 제도와 정책 등으로 최대한 구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번복은 숙의 민주주의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책임 정치를 역행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