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7년간 발묶인 대학등록금, 이제는 풀어줄 때 됐다

  • 등록 2025-01-09 오전 5:00:00

    수정 2025-01-09 오전 5:00:00

그동안 동결돼 왔던 대학 등록금이 올 들어 인상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서강·국민대를 비롯한 40여 개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으며 연세·한양·중앙대 등 다른 대학들도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대학은 올해 인상 법정한도(5.49%)까지 올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립대만의 얘기가 아니다. 국립대 총장들도 어제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 화상 간담회를 갖고 등록금 인상 문제를 논의했다. 정부의 규제 조치에 따라 묶였던 대학 등록금이 17년 만에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각 대학들의 재정난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등록금이 계속 동결되면서 재정난이 심화됨에 따라 교직원들의 불만이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그동안 물가가 대폭 올랐는데도 교수와 직원 월급은 거의 제자리였다. 강남의 일부 사립 유치원 등록금이 대학 등록금을 넘어선 현실을 보노라면 푸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반값 등록금’ 정책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얻었을망정 상대적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교육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과 등록금 동결은 서로 엇박자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첨단 분야의 유능한 교수를 초빙하려 해도 보수 책정 문제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험장비가 낡아 새로 장만해야 하는 경우에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재정 충당을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등록금 동결로 초라해진 국내 대학의 현실이다.

등록금을 올리게 되면 학부모의 부담이 무거워질 것은 틀림없다. 대학생 단체들도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대해 강력 반발하면서 집단 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적인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 대학의 재정난을 타개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저소득층 학생에게 장학금을 집중 배정한다거나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교내 아르바이트 자리를 늘리는 방안이 함께 마련되길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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