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롤러코스터 타는 IT 기업 가치

하루만에 시가총액 1조원 증발은 예사
기존 시장과 충돌 잦아 운신의 폭 좁고
수익구조 불안해 낙오하는 기업 속출
  • 등록 2018-04-12 오전 5:30:00

    수정 2018-04-12 오전 5:30:00

[김지현 IT 칼럼니스트]지난달 말 테슬라 주가가 하루 만에 7% 급락했다. 운전자가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전망치에 못 미치는 생산실적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비전환사채 가격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총 1조원이 증발하면서 심판의 날, 즉 파산위기설까지 불거졌다.

비슷한 시기에 데이터 유출 논란에 휩싸인 페이스북 역시 최고점 대비 20% 이상 주가가 폭락했다. 책임자 경질설까지 돌고 있다.

10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최고 앱인 스냅챗은 창업 6년 만에 상장에 성공했지만 2월부터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3월에 10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까지 했다. 유명 모델이자 방송인인 카일리 제너는 지난 2월 말 트위터에 “더 이상 사람들이 스냅챗을 사용하지 않나? 나만 쓰고 있는 건가. 이건 너무 슬픈데”라는 글을 올렸고 이에 트위터 사용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그만큼 스냅챗이 실제 사용자들에게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시점에 스냅챗의 시가총액은 1조원 넘게 하락했다.

테슬라, 페이스북, 스냅 주가 추이.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2000년대 불어 닥친 IT 버블, 거품론을 고개 들게 하고 있다. 기존 시장을 와해시키며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혁신하는 IT 기업들은 세 가지의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IT기업의 허와 실…태생적 한계 세 가지

첫 번째가 불안정한 수익구조다. 시장 진입 시, 기존 시장의 잣대로는 확신할 수 없는 모호한 비즈니스 모델에 무리하게 투자하며 사업을 하다 보니 손익 구조가 심각하다.

2000년대 초기 닷컴 거품론의 근거는 인건비를 비롯해 서버와 네트워크 투자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수익 모델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러시는 계속됐고 이 파고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몰락했다.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골드뱅크, 다이얼패드 그리고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이 무너졌고 다음, 네이버, G마켓, 싸이월드 그리고 구글, 아마존은 성장했다.

10년이 지난 후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모바일앱 비즈니스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톡, 밴드, 라인,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티맵 그리고 우버, 스냅챗, 위챗, 에버노트와 드랍박스 등이 파고를 넘고 있다.

그 숱한 파고를 극복한 대표적 기업이 아마존이다. 4월 1일 기준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743조원인데 비해 월마트는 279조원으로 아마존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2017년 기준으로 아마존은 매출 1779억 달러, 순이익 31억 달러로 순이익률 1.7%를 보였으며, 월마트는 매출 약 5000억 달러에 이익 97억 달러로 순이익률 1.94%를 기록했다. 아마존이 월마트에 비해 매출도, 순이익도 적지만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수익 모델의 다각화와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실제 아마존의 매출 성장률은 월마트에 비해 약 10배나 된다.

IT 기업의 두 번째 한계는 비즈니스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늘 카피캣(모방자)에 시달린다. 어렵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어도 경쟁자의 도전으로 방심하는 순간 사용자의 외면을 받는다. 우버의 뒤를 바짝 쫒는 리프트(lyft),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그랩(Grab), G마켓을 위협하는 11번가와 그 뒤를 바로 쫒는 쿠팡, 숙박 예약 서비스인 직방과 다방,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처럼 이 시장은 기존 비즈니스보다 더 치열하고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데 기회비용이 적기 때문에 금세 사용자로부터 버림받기 쉽다. 마이스페이스닷컴과 싸이월드의 몰락, 야후와 트위터의 부진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런 이유로 IT 기업들은 기존 서비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에 대한 도전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의 유튜브, 모토로라, 딥마인드, 네스트(Nest) 인수와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스타그램과 오큘러스 인수 그리고 국내에서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세 번째는 기존 시장의 규제와 기득권, 시민사회의 감시에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이다.

인터넷 비지니스는 기존 관행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와해시킴으로써 비즈니스 혁신의 기회를 마련한다. 그렇다보니 기존 기득권과 치열한 경쟁의 대척점에 서있다. 전 국민의 교통 서비스가 된 택시와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는 전국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사업자의 보이콧을 받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비즈니스를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에 시장 규제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카카오택시의 우선 호출과 즉시 배차 건에 부과하는 건당 2000~5000원의 유료화 추진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유료 우선 호출 서비스의 요금이 건당 1000~2000원을 넘어가면 불법이라는 권고안을 냈다. 이에 카카오는 국토부 권고를 수용, 유료 호출비를 애초 검토안보다 낮은 1000원으로 책정했다. 출퇴근 카풀 중계 서비스인 풀러스는 서울시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법적 조치를 당했다.

◇신기술과 함께 순식간에 뜨지만 가라앉는 것도 순간

이처럼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 혁신을 추구하며 빠르게 신 시장을 개척하는 디지털 비즈니스는 겉으로 드러난 잘 나가는 모습 뒤에 허와 실이 드리워져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보다 역동성이 크고 순식간에 사용자, 소비자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얻기 때문에 자칫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가 될 수 있다. 주목 받던 IT 스타트업이 갑작스레 몰락하는 것은 이 같은 IT 비즈니스의 특징 때문이다.

최근에 또 웹과 모바일에 이어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급작스레 주목받고 있다. 그 와중에 의도적이든, 역량의 한계든 위의 세 가지 이유 때문에 빈수레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 뒤에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과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매의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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