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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은 윤석열 정부 측이었습니다. 지난 24일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민주당사, 정확히는 당사 내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앞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민주당의 강력한 항의에 물러났다가 닷새 만에 다시 들이닥친 건데요.
이 검찰의 압수수색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 많았습니다.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로서 가장 중요한 연중 행사인 국정감사 마지막 날이었던 만큼 검찰의 의도가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었고, 압수수색의 타깃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미 구속됐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김 부원장이 민주연구원에서 업무를 본 시간이 상당히 짧았기 때문에 구속 이후 추가 압수수색을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곳이었느냐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실제 검찰이 이날 가져간 압수수색 물품은 김 부원장 취임 후 작선된 ‘문서 파일 4개’에 불과했죠. 결국 제1야당에 대해 언제든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모양새였습니다.
이 같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이 대표는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압수수색 현장을 찾은 이 대표는 취재진 앞에서 울먹이며 “국민이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말고 퇴행한 민주주의를 꼭 지켜주실 바란다. 비통한 심정으로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했고, 같은 시각 대통령실 앞을 찾은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협치는 끝났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탄압에 대해 맞서 싸우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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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다음 스텝도 아쉽긴 매한가지였습니다. 민주당은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시정연설에 야당 의원들이 착석하지 않은 건 시정연설이 자리 잡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헌정사 첫 사례였습니다.
“예산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 는 국회법에 명시된 ‘듣는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셈이 됐죠.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이 아닌 로텐더홀 계단에서 국회 본청에 들어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항의 시위를 했습니다.
서로 무시하다 `협치` 외치는 정치권…진정성 있나
그리고 지난 28일 이재명 대표는 “민생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재차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물론 그 앞에는 “정쟁에 빠져 정치 보복, 야당 탄압에 국가 역량을 소모할 것이 아니고, 초당적 정치로 국가적 위기를 넘어가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빠지지 않았죠.
이 같은 이 대표의 제안에 대통령실은 “정부 예산안을 두고 여·야·정이 긴밀하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논의하는 것이 더 우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표가 취임 떄부터 수차례 영수회담 혹은 유사한 제안을 했지만 진전이 없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서로 무시하는 양측의 모습을 보면 ‘협치’란 단어는 공허한 소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양측 모두 ‘고금리, 고물가’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 ‘무시’가 아닌 다른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