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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는 지난해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며, 올해 5월 이를 연장하며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전 세계 어느 기업이든 미국의 기술, 장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한 경우 화웨이에게 판매하려면 미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화웨이가 끝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일 로이터통신에 “SMIC와 중국군과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고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SMIC를 인민해방군이 사실상 소유·지배하고 있는 기업 리스트에 올려 제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인민해방군이 소유 또는 지배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라며 화웨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하이크비전 등이 포함된 20개 중국 기업 리스트를 의회에 제출했다. 미 국방부는 1999년 관련법 제정 이후 매년 이 리스트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지만, 실행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도체 자급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나마 대만 TSMC를 통해 반도체를 공급 받았지만, 이마저 지난 5월 미국 제재로 막히게 됐다. 남은 공급업체는 사실상 SMIC 뿐이다. SMIC에 대한 미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까지 위협하고 중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SMIC의 기술력은 아직 삼성전자나 TSMC 등에 크게 못미친다. 당장은 순수 자체 기술로 반도체를 생산해 중국 기업들에 공급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SMIC에 22억달러(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MIC가 지난 7월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도 기술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미국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소프트웨어나 부품, 장비 공급이 막히게 되면 중국 스마트폰은 물론 5G 기지, 미사일 유도장치 등의 개발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