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3년 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을 위한 ‘공론화와 숙의’의 경험이 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원자력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새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다만 이미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중단이라는 당초 공약 대신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비용, 전력예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단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고, 이로부터 3개월간 471명 시민참여단이 함께한 열띤 숙의와 4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를 거쳐 권고문을 발표했다.
만 3년이 지난 지금 신고리 5·6호기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던져 준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신고리 5·6호기는 건설 착수 시점인 2015년부터 최근까지 약 6년간 235만 명의 고용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확인된다. 연 평균 39만 명으로 현 정부가 한국형 그린뉴딜로 5년간 일자리 66만개를 창출한다는 연 13만 명 고용효과의 3배에 이른다.
신고리 5·6호기의 교훈은 행정수도 논의의 귀감이라는 소신이다. 행정수도 이전과도 같이 국가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 사안을 성급한 여론조사와 다수 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이게 된다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는 점점 더 좁아지고 평평해지며 도시는 급격히 스마트화 될 것이다. 일하는 방식과 소통의 혁신으로 주거와 사무실, 공동체 생활의 물리적 공간 개념이 확연히 바뀌고 있고, 이는 코로나로 인해 앞당겨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뉴욕, 상하이, 도쿄, 런던, 싱가포르 등 글로벌 대도시들은 국가경쟁력의 전진기지로 금융, 산업, 문화 등 복합적인 인프라를 갖춘 초 연결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수도이전 논의보다 전략국가의 대전제 아래 상정해야 할 수도의 모습이 무엇인지 합의가 필요하다.
세계경제 대국 10위권의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수도이전과 같은 거대한 국토 인프라를 재편하는 결정은 일류국가를 향한 전략적 목표 아래, 충분한 공론과 숙의를 바탕으로 국민합의 과정으로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