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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자유시장에서 만난 차경진 상인회 부회장은 ‘무조건 보수당’이던 파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가 이날 오전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이곳 파주였다. 하지만 바닥 민심은 보수표를 휩쓸던 과거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파주는 접경지역 특성상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으로 통했지만 운정신도시개발로 20~30대의 청장층이 유입됐다. 여기에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까지 터지면서 지난 대선 당시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이겼다.
이 여파가 이번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뛰는 남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고 있었다.
젊은층선 “이재명이 더 가능성…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나아”
시장 초입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남성 김모 씨는 “남경필 지사보다는 아무래도 현재 집권 여당 파워를 등에 업은 이재명 시장이 정책 추진력이 더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지방선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저조한 청년층에선 한국당에 대한 기피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20대는 이날 시장을 돌던 남 지사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바쁜 걸음을 옮겼다. 대학생 이경민(23,남)씨는 “지방선거에 관심 없다. 투표하지 않을 것이지만 굳이 선택하라면 이재명 시장을 선택할 것”이라며 “한국당은 싫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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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후보는 이날 시장을 찾아 좌판을 벌인 야채상인부터 만나 식당, 미용실 등 건물 2층~3층까지 훑었다. 상인들은 “시장 상권이 좋지 않은데 남 지사께서 좀 살려 달라”고 요청했고, 남 후보는 “제가 시장 경제를 살리겠다”며 ‘경제도지사’ 이미지를 강조했다.
시장에서 30년 넘게 신발가게를 운영해 온 박상숙(67, 여)씨는 “무조건 남 지사님이 돼야 한다”면서 “주변에 마트가 너무 많아 시장 상권이 죽어가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후로 장사가 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화진역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 문여진(78, 여)씨도 “여론조사로는 지금까지는 이재명 시장이 유리할 것 같은데 나는 남 지사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간다”며 “남 지사는 당을 떠나서 사람 이미지가 온화하고, 또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도지사라는 이미지가 좋다”고 밝혔다.
초반 네거티브 공방엔 입 모아 “정책 안 보인다” 일침
이 후보와 남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설전을 주고받으며 네거티브 공세에 몰두하는 모습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비판했다. 지난 11일 남 후보가 이 후보의 ‘일베 가입설’과 ‘형수 욕설’ 사건을 언급하면서 시작된 기싸움은 남 후보의 지사 시절 경기도정 평가까지 번지며 난타전으로 가는 양상이다. 이 후보가 남 후보의 ‘경기도 채무제로’ 공약은 거짓말이라고 공세를 펴자 한국당에선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다. 양측 캠프는 이후 계속해서 반박과 재반박 입장문, 보도자료를 통해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 후보가 서로 헐뜯느라 도민을 위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시민들의 일침이었다. 남 후보가 시장 내 한 국수집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나오는 순간 붉은색 점퍼에 썬그라스를 낀 60대 남성은 남 후보에게 다가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소리쳤다. 민주당 지지자라는 김기문(62) 씨는 “남 지사님 좋게 봤는데 상대 후보 개인사를 그렇게 들추면 쓰냐”고 물었다. 남 후보는 “(녹음 파일) 들어보셨냐”면서 “저도 파일 듣기 전엔 안 그랬는데 이건 개인사가 아니라 도지사 후보의 인격 검증과 관련된 문제”라고 답했다.
하지만 김 씨처럼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 반응도 비슷했다. 30대 초반 이모 씨는 남편과 함께 아기 양말을 고르다가 남 지사가 지나가자 “이재명 시장이랑 만날 설전하는 사람 아니야, 저 사람?”라며 “매번 그렇지만 이번 선거도 설전만 있고 정책은 실종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지난 18일~20일 실시한 경기지사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3.3%로, 남경필 후보(21.1%)를 32.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지난달 9~10일 실시한 중앙일보 조사 결과(이재명 58.5%, 남경필 17.6%, 40.9%포인트 차)와 비교하면 후보간 격차가 8%포인트 이상 좁혀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