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염불된 일자리 공약…53% "정규직 전환보다 일자리 창출이 우선"

이데일리-엠브레인, 文정부 경제정책 여론조사
일자리 공약 지켰다 26% Vs 못 지켰다 39%
자영업 46%·학생 48%, 최저임금 인상 난색
정규직 전환보다 새 일자리 우선했어야 53%
  • 등록 2020-09-14 오전 5:00:00

    수정 2020-09-14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정부를 약속했지만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공약을 지키기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전환 모두 성급한 정책 추진으로 인해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봤다. 재정에 의존한 일자리 지키기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규제를 풀고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을 공개하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된다”며 “상황판 설치를 계기로 앞으로 좋은 일자리 정책이 더욱 신속하게 마련될 수 있는 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최저임금 인상, 탁상행정 대표적 사례”

13일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14~25일 전국 만 25~59세 남녀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자리 공약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38.7%로 ‘잘 지켜지고 있다’는 응답(25.5%)보다 13.2%포인트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만 55~59세(50.4%), 만 30~34세(41.2%), 만 45~49세(40.9%), 만 25~29세(40.7%)에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직업별로는 학생들이 가장 부정적으로 봤다. 49.6%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김모(29) 씨는 “취업이 안 되니 대학원 진학률이 늘었지만 막상 대학원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통계청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는 13만9000명, 30대는 23만명, 40대는 18만2000명, 50대는 7만4000명이 작년 8월보다 취업자가 감소했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인 공공부문 직접일자리를 내년에 103만개까지 확대하고 예산을 3조1164억원이나 투입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항목에 32.7%는 찬성했지만 32.6%는 반대했다. ‘일자리가 줄어들더라도 최저임금을 올린 것은 잘한 일’이라는 항목에도 ‘그렇다’는 응답은 34.5%,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8.5%로 의견이 엇갈렸다.

직업별로는 블루칼라 40.4%는 ‘최저임금 인상을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지만 자영업 45.5%, 학생 47.8%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정부가 2018년(16.4%), 2019년(10.9%) 최저임금을 두자릿수로 인상한데 이어 2020년 2.87%, 2021년 1.5%로 속도조절 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부담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조임출 마크로밀엠브레인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약속한 질 좋은 일자리는 창출되지 않고 고용 부진이 계속되다 보니 일자리 공약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저임금 정책은 직종별로 이익·손해가 달라지기 때문에 찬반이 갈린 논쟁적 이슈가 됐다”고 설명했다.

충북 거주 30대 사무직 응답자(32)는 “최저임금의 폭등, 주 52시간제 적용이 실제로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불공정 정규직 전환, 부작용 계속될 것”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어온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최악의 취업난 여파로 풀이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예산이 더 우선돼야 한다’는 항목에 그렇다는 응답(53.2%)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16.8%)보다 3배 넘게 많았다.

진보(54.7%), 중도(50.4%), 보수(59.2%) 등 이념 성향에 관계 없이 일자리 창출 예산을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남 거주 30대 사무직 응답자(33·남)는 “공공 부문의 원칙 없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공공부문 재정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민간에선 실업자가 늘고 있는데 공공기관에서는 시험도 안 치르고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자 반감이 큰 것”이라며 “취업 준비를 하는 자녀를 둔 장년층, 청년 구직자 등 세대·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이 불공정하다는 문제 의식이 강하다”고 풀이했다.

‘세금 일자리’ 논란을 빚은 노인 일자리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는 지속돼야 한다’는 항목에 반대하는 의견이 42.5%로 찬성 응답(31.1%)보다 많았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기업보다 정부가 잘할 것 같다’는 항목에도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46.8%로 ‘그렇다’는 응답(23.8%)보다 2배 가량 많았다.

향후 일자리 정책은 정부가 민간을 지원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세제 혜택 등 기업하기 좋은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항목에 동의하는 응답이 59.9%로 반대하는 응답(14.0%)보다 4배 넘게 많았다.

임무송 금강대 공공정책학부 교수(전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는 “정규직 전환 정책은 절차적 공정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강행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민간이 일자리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일자리가 줄어들더라도 최저임금을 올린 것은 잘한 일’이라는 항목에 대한 동의 정도를 응답한 결과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보다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예산이 더 우선돼야 한다’는 항목에 대한 동의 정도를 응답한 결과. 단위=% [자료=마크로밀엠브레인,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공약은 잘 지켜지고 있다’는 항목에 대한 동의 정도를 응답한 결과. 단위=% [자료=마크로밀엠브레인]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세제 혜택 등 기업하기 좋은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항목에 대한 동의 정도를 응답한 결과. 단위=% [자료=마크로밀엠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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