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고래싸움 韓 살아남으려면…"중견국 연합+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인터뷰] KIEP 강구상 미주팀 부연구위원
"지지율은 바이든이 높지만 경합주 격차↓"
올 3분기 뛰어오른 美경제성장률도 변수
"동맹국에도 관세 때린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동맹' 강조하며 양자택일 강요할수도"
  • 등록 2020-11-02 오전 5:00:00

    수정 2020-11-02 오전 7:07:52

강구상 KIEP 미주팀 부연구위원은 3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사진=강구상 부연구위원 제공)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코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의 승자는 누가 될까. 트럼프와 힐러리가 맞붙었던 4년 전처럼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누가 되든 간에 미·중갈등은 계속되리라는 전망 속 한국이 고래싸움에 낀 새우 신세를 피하려면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해외경제동향을 분석하고 정부 대외경제정책 결정에 조언을 하는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강구상 미주팀 부연구위원에게 미국 대선 전망과 향후 한국의 대응책을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30일 전화로 진행했다.

“아직 조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요. 그런데 경합주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그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승부란 얘기다.

그는 올 3분기 큰 폭으로 뛰어오른 미국 경제성장률도 대선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33% 넘는 성장률은 트럼프에게 좋은 신호로 보인다. 트럼프가 마지막까지 경합주를 돌면서 경제 성과를 강조하면서 적극 유세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3분기 경제성장률은 33.1%를 기록했다.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지난 2분기(-31.4%)의 충격을 털어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대비로는 여전히 2.9% 줄어든 것이라 ‘V자 반등’ 기조로 보는 건 무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립주의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다자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한국 경제에 유리할 것이란 기대에 강 연구원은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삼성·LG 세탁기에 대한 미 정부의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언급하며 “트럼프 때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부과나 수입규제를 강력히 펼쳐 경제적 연결고리가 느슨해진 결과 한국이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기대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립주의를 비판하면서 동맹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약속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강 연구원은 “경제와 안보를 결합한 형태로 한국 측에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로서는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인 상황 속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강 연구원은 “미국이냐 중국이냐 어느 하나를 섣불리 택하기보다는 중견국 협의체를 만들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경제규모가 비슷하면서 미국과 동맹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관계가 악화한 호주 등과 연대해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나 5G 등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서 미·중으로 하여금 먼저 협력을 요청하도록 만드는 전략을 취하는 것도 심화하는 미·중갈등 속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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