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뭐라고요?"…직업병 '난청' 급증에도 그냥 일한다

소음성 난청 의심 근로자 26%↑…100명중 1명도 치료 못받아
2023년 직업병 유소견자 2만 9440명
사업주 74%, 보호구 지급 '뒷북 조처'
0.9%만 치료..추적 검사도 '반토막'
  • 등록 2025-01-09 오전 5:30:00

    수정 2025-01-09 오전 8:21:3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시끄러운 환경에서 일하다 ‘소음성 난청’ 소견을 받은 근로자가 26% 급증했지만, 이들 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사후관리 대부분은 보호구 착용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중 치료를 받은 근로자는 100명당 1명에도 못 미쳐 사업주의 ‘뒷북 사후관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고용노동부가 전국 유해 사업장의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분석해 최근 발간한 ‘2023년 근로자 건강검진 실시결과’를 보면 2023년 직업병(질병) 소견을 받은 근로자는 2만 9440명, 건수는 2만 9634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1%(6092명), 25.6%(6044건) 증가했다. 전국 10만 980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266만 9267명의 특수건강진단 및 임시건강진단을 분석한 결과다. 건수가 근로자 수보다 많은 것은 근로자 1명이 두 가지 이상 질병 판정을 받은 경우가 있다는 의미다.

직업병은 사고로 얻은 병은 아니지만 화학물, 금속류, 분진, 유해광선, 야간작업, 소음 등 유해 환경에서 일함으로써 발병할 수 있는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 인정 기준이 된다. 이렇게 유해 환경에 노출된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건강진단이 특수건강진단이며 지방노동관서 명령으로 실시하는 게 임시건강진단이다. 2023년 진단을 받은 근로자가 전년 대비 8.8%(21만 5570명) 늘었지만 이를 감안해도 직업병 유소견자 증가폭(26.1%)은 가팔랐다.

직업병 소견을 받은 근로자 대부분(98.8%, 2만 9289명)은 소음성 난청 의심 판정을 받았다. 전년 대비 26.4%(6122명) 늘어난 규모로 전체 직업병 유소견자 증가를 이끈 셈이다. 금속·중금속 중독과 유기화합물 중독이 각각 115명(0.4%), 70명(0.2%)으로 뒤를 이었다. 유소견자 10명 중 9명(89.5%)은 제조업(1만 5167명)이나 건설업(1만 1187명)에서 일하는 근로자였다.

직업병 유소견이 당장 직업병에 걸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직업병으로 의심할 만하다는 판단이 전년 대비 급증했는데도 이에 대한 사업주의 사후관리는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병 유소견자 가운데 근무 중 치료를 받은 근로자는 271명으로 전체의 0.9%에 불과했다. 전년(553명)과 비교하면 절반이 줄었다. 추적 검사를 받은 근로자(4723명)도 40.4% 급감했다. 2022년엔 유소견자 10명 중 3명(33.7%)이 추적 검사를 받았지만 2023년 들어 이 비중이 15.9%로 반 토막 났다.

반면 10명 중 7명 이상(73.6%, 2만 2795명)은 보호구 착용 조처를 받았다. 전년(1만 3164명)과 비교하면 약 1.7배 늘어난 수치다. 직업병 유소견 대부분이 소음성 난청인 것을 고려하면 청력 보호구를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청력 보호구는 난청을 ‘예방’하는 기구인데 난청 유소견자에게 사후에 지급됐다는 점에서 사업주들의 ‘뒷북 사후조치’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특수건강진단 결과 직업병 유소견자가 급증한 것은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지 못한 결과”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산업안전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직업병 의심 근로자에 대한 사후관리도 약화됐다”고 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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