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재건축 시장을 둘러싼 규제가 서울시장 선거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각종 고강도 규제로 시름하던 서울 주택시장이 최근 ‘재건축 부담금 폭탄’ 등으로 장기침체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자 각 후보들은 부동산 정책 공약을 잇따라 쏟아내며 표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후보별 재건축 시장 규제 강도를 비롯해 개발 지역 및 구체적인 방식 등이 적지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각 개별 정책 실효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김문수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미래도시 재개발, 재건축 시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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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가장 충돌하는 건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를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올해 6년만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한 가운데 최근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억원의 세금 폭탄이 조합원에게 떨어졌다. 여기에 올 들어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 보유세 인상 논의 등으로 주택시장 전반이 냉각될 분위기를 보이자 김 후보는 규제를 반대하는 주요 조합과 현장 등을 돌면서 성남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실제 김 후보는 지난 23일 서울 재건축 시장 대장주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를 방문한데 이어 25일에는 압구정, 대치동, 한남동 등 36곳 단체의 가입한 재개발·재건축 시민연대 출범식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적게는 수백명에서 수만명의 표를 확보할 수 있는 재건축 조합 단체 등에 적극 참여해 규제 철폐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도시계획상 건물을 너무 높게 짓는 것에 대한 안전도는 물론 고려돼야 하지만 그 집을 아름답고 혹은 크거나 작게 짓는 건 자기 돈으로 하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는게 맞다. 이것이 자유시장 경제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시장 시절 유지한 ‘한강변 아파트 35층 층수 제한’이나 정부의 재건축 시장 규제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 지원(예산)이나 제도 변경에 따른 사회적 합의 절차 등을 감안하면 공약 실행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세정 의원실과 전문가광장 주최로 열린 ‘부동산시장 진단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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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박 후보의 도시재생 사업과 일정 부분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세부적인 정책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공약을 자세히 뜯어보면 그동안 서울시의 주택정책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것에 골몰한 흔적이 엿보인다.
먼저 안 후보는 뉴타운지구 해제 이후 방치됐던 지역을 준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준공영개발 방식은 서울토지신탁을 신설, 주민들로부터 토지를 신탁받은 서울시가 해당 지역의 특징과 주민의 요구에 맞게 개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같이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에 불만이 있거나 현재 도시재생사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수요자들에게 표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최근 뉴타운 해제 이후 개발이 중지된 종로구 사직제2구역 현장을 방문해 “서울시청 5분 거리에 있는 시내 중심가에 이렇게 황폐화된 곳이 있어 놀랐다”며 “박 후보가 법령에 위배되는 조례를 통과시켜서 주민들이 안전,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건축 부담금으로 고통받는 거주자에게 분할 납부, 현물 납부 등 다양한 안정장치를 마련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정부 정책인 환수제를 전면 부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어, 조합원 등 수요자의 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장후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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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에 도전하는 박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기존 것을 지우고 새로 짓는’ 전면 철거형이 아닌 ‘고쳐서 다시쓰는’ 도시재생 정책을 지향항다. 문재인 정부도 매년 10조원씩 임기 내 총 50조원을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쏟아붓는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박 후보는 현 도시재생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강남·강북 균형발전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과도한 강남 재건축 인허가로 인해 ‘정부 규제가 무색하게 집값 과열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재건축 부담금을 균형발전을 위한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으로 활용하고, 철도 신설 등 강북 교통망 확충에 힘을 쏟는다는 공약을 내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은 부동산 정책에 굉장히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에 정책 실행 가능성과 충분한 예산, 지방정부에 주어진 권한 등 3가지를 요소를 고려해 좀 더 세밀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