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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92명까지 떨어져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8년 0.98명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돌아왔다. 한국 사회 인구구조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업무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이다.
서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다자녀에 대한 집중적 지원책이 없다”라며 “좀 무심하다”고 지적했다. 다자녀 기준을 완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시사한 셈이다. 서 부위원장은 “임팩트 있는 과감한 아젠다를 준비 중”이라며 “100명이 넘는 위원들과 준비 중이어서 3~4월 정도 가면 기본적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음은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이 위원장인데 회의 주재가 한 번뿐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대한 관심이 특별히 덜한 것은 아니다. 회의를 몇 번 하냐는 문제보다도 정책방향이나 정책 기조의 문제다. 올해는 4차 기본계획(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해여서 이에 관심이 있다.
2004년에는 인구구조 문제가 핵심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단한 게 인구정책이 정책 효과나 영향이 나오려면 20~30년이 걸린다. 우리 같은 5년 단임 정부에서 20년 이후의 문제를 미리 걱정하고 국가적 아젠다로 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다. 그 때 했기 때문에 이만큼 와 있는 것이다. 보육 문제만큼은 예산 규모나 보급 방식이 전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때 결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정부 단위를 넘어서, 세대를 뛰어넘는 과제이기 때문에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정치권에서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 특정 부처가 아니고 민간부분과, 여야를 가리지 말고 해결해야 한다.
-2004년 정책을 준비했는데 16년이 지난 지금 저출산이 심각하다.
출생아 수나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게 두 차례다. 82년~84년 사이. 82년에 85만명이 태어났는데 84년에 67만명으로 줄었다. 불과 2년 사이에 급감했다. 2차 급락기는 2000년인데 64만명 태어나던 것이 2002년 49만명으로 2년 사이 14만명이 줄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는 출생아 수가 40만대를 유지했고 출산율도 1.3 정도 유지했다. 정책 효과가 있다는 학계 주장이 있다.
문제는 2015년 43만명부터 40만, 35만, 32만, 30만(2019년)까지 왔다. 4년 사이에 13만명이, 30% 줄어들었다. 예전엔 줄더라도 보합세였는데, 이번에는 1.2에서 0.92로 출산율이 떨어졌다. 원인은 1차 급락기 곧 83만에서 67만으로 떨어진 사람(84년생)들이 주 출산층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2년 정도 줄었으면 보합해야 하는데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이 요인만 가지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나친 경쟁에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일자리다. 공공부문·대기업과 그렇지 않은 일자리 차이가 심하다.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그 자체를 혹시 잃을까봐 하는 우려가 있다. 기회비용이다. 출산하고 자녀를 돌보면 밀리니까.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직업을 가진 경우는 직접적인 결혼이나 양육비용을 감당 못 한다. 우리는 육아로 한 번 나가면 다시 (직장에) 진입이 안 된다. 중소기업 생산성을 높여서 육아를 무릅쓰더라도 다시 동일한 조건인 곳에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성들의 기회비용을 줄여주는 방안이 필요하겠다.
△직장에서 사업주들도 출산과 육아라는 것을 단기적인 비용을 보지 말고, 이 분들이 아동들이 장래의 노동자와 소비자가 되지 않나. 장기적인 투자로 봐야 한다. 가정 내에서도 육아에 대해 남녀 간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
저출산 대책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비용으로 사교육비나 주택비용의 문제가 있다. 일자리 자체가 이중구조여서 첫 직장을 좋은 직업을 갖자는 경쟁을 깨지 않으면 어렵다. 나중에 좋은 직업으로 갈 수 있으면 괜찮은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든지 중소기업 대기업 격차에 근원적 문제가 있다. 장기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다자녀로 유인할 수 있는 유인책이 부족해보인다.
다른 나라보다 다자녀에 대한 집중적 지원책은 없다. 일본은 셋째부터 자녀 수당 자체가 달라진다. 우리는 보편주의로 그런 부분에서 좀 무심하다. 현재 비혼:1자녀:2자녀:3자녀이상 비율이 30%, 40%, 20%, 10%인데 첫 단계로 각 비율을 모두 25%로 해야한다. 그러면 출산율이 1.5가 나온다. 그러려면 두 자녀나 세 자녀에 대해서 지원을 좀 더 두텁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보편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다른나라 가족지원제도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일률적인 곳은 없다. 최종적 목표는 10%, 30%, 30%, 30%다. 그럼 출산율이 1.9까지 오른다.
-적정 인구 규모는 얼마 정도인가.
△적정인구가 얼마일지는 과학적이고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생산연령층이 적다고 해도 로봇이나 AI 등으로 소비층이 다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문제가 된다.
기대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90세를 넘지 않는데 매년 30만명 씩 낳아서 90세를 살면 2700만명 가량의 인구 규모 나라가 된다. 출생아 기준으로 40만명, 45만명 정도는 유지를 해야 한다고 본다. 4000만명 가까운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금 60~70만명 정도 태어난 세대가 2000년대까지는 가는데 그 사람들이 한 해 40만명을 출산하려면 출산율이 1.5 정도 돼야 한다. 지금 0.9는 일시적이라고 해도 1.5까지 20년 사이에 올려야 하는데 무자녀를 줄이고 다자녀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3자녀 이상을 25~30%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
-성 역할의 변화가 빠른 것도 작용할까.
△결혼이나 출산 자체를 주저하는 여성 만큼 남성들도 그렇다. 남성들도 결혼에 소극적이다. 성 역할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회경제적 구조 자체가 결혼을 모험이나 위험으로 인식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결혼·출산을 하겠다는 비율이 2017년 54%에서 2년새 46%로 8% 줄었다. 그런데 결혼 안 하겠다는 대답은 5%에서 6%로 1%만 늘었다.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는 대답이 41%에서 48%로 간 것인데 과도기간이다. 그래도 매년 인구 60~70만명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 가치관이 ‘안 하겠다’가 아니고 ‘할 수도 있다’는 지금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재정 여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