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전 시장의 사망으로 서울시가 `시장 유고`라는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지 3주째로 접어 들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코로나19 방역과 각종 지원 정책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기를 보냈던 서울시 직원들은 최근 일련의 상황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8년 8개월간 서울시를 이끌었던 수장을 하루 아침에 잃게 되는 것도 모자라 성추행 의혹의 조사주체에서 조사대상으로 전락하는 등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한꺼번에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표준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던 공무원들이었기에 트라우마도 커 보입니다. 여성정책에서 만큼은 자타가 공인할 만큼 직원내부 교육은 물론 정책 결정 전반에서 모범적인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를 받았던 터라 충격파도 클 수밖에 없죠.
한 직원은 “서울시 공무원이라는 점이 항상 자랑스러웠는데, 입사 후 처음으로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라며 “피해자가 안타깝기도 하지만, 시청직원 전체를 방조자나 방관자로 바라보는 시선 역시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
직원들이 느끼는 혼란감도 커 보입니다. 전에 없던 사건과 그로 인한 외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조직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놀란 마음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는 건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침묵도 2차 가해’라는 비판까지 가해지면서 직원들이 느끼는 중압감과 스트레스도 상당하다는 전언입니다. 한 관리자급 공무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성을 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진상 규명이 아직 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내부 비판을 하기도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서울시청이 연이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보니 공무원들의 사기도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성 추문 의혹 대응과 계속되는 사기 저하로 시정 운영에 집중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공무원노조가 이달 중순 ‘추모-2차 가해 갈등을 넘어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성명서에서 “시청가족 모두가 시장이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해 가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서공노 고위 간부는 “심리적으로 점점 지쳐가는 상황이지만, 다들 긴장감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시정 운영이 안정화될 수 있게 차분하게 지켜봐달라”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