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성립 여부 즉, 형법 위반 여부를 다툴 경우 탄핵심판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비상계엄의 위헌성 여부를 중심으로 다투겠다는 취지인데,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는 탄핵심판에 있어 가장 핵심인 만큼 내란죄를 철회한 이상 탄핵소추는 무효”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갑작스러운 내란죄 철회 논란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지켜보는 국민들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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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지난달 14일 가결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의결서에는 “계엄 선포권을 남용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정부·군대·경찰을 동원해 무장 폭동하는 내란죄(우두머리)를 저질렀다”며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위헌, 위법 행위를 했다”고 적혀 있다. 즉,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된다는 점을 탄핵사유에 명시한 것이다.
“위법 건너뛴 위헌 없어…국회 재의결 필요”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내란을 빼고 심리해달라는 국회 측 주장은 조속한 헌재 결론을 유도하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법 여부를 따지면 탄핵심판이 복잡하고 길어지니 위헌 여부를 따진다는 것인데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위법을 건너뛴 위헌은 없다”며 “위헌만 따진다는 것은 헌재에 졸속재판, 사또재판, 대중재판 해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논리로 내란죄를 뺀다면 헌재에서 탄핵안 각하 후 국회 재의결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는 “국회 의결정족수 200인 이상의 결정으로 의결된 탄핵안에 대해 소추위원 일부가 내란죄 철회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하는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며 “내란이란 말초적 사안으로 여론전을 유도해 탄핵 의결 후 헌재 심판 과정에서 내란죄 형사적 판단이 불가능하다며 심판을 강행하는 것이야말로 현직 대통령을 축출하겠다는 의도적 내란”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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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탄핵소추를 주도한 민주당 측은 내란죄 철회와 관련해 윤 대통령 측의 불필요한 재판 지연 전략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고 반박했다. 검사 출신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 측에서) 내란죄 성립이 안된다고 하면서 헌법재판 절차를 형사재판처럼 진행하자면서 시간만 질질 끌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탄핵소추단은 이같은 지연전략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내란행위에 대한 헌법적 평가는 그대로 두되 내란죄라는 형법적 평가만 뺀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에서는 헌법을 위반했는지만 살펴보면 된다는 취지다.
박찬운 한양대 법전원 교수도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닌 일종의 징계절차다. 감옥에 보낼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형법 위반 여부의 판단까지 헌재가 할 필요가 없다”며 탄핵소추단의 내란죄 철회 판단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재의결 없이 헌재가 심판 범위를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해 “헌재는 국회 의결을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곳이 아니다. 소추인 측에서 요구하는 범위 안에서 헌재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형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것은 국회 의결 범위 내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고 재의결도 필요없다”고 해석했다.
최건섭 변호사 역시 “종전의 국회 의결은 ‘12·3 비상계엄이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했으며 더 나아가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는 것인데, 내란에 해당한다는 부분만을 철회한 것이므로 탄핵소추에 관한 국회 의결이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며 “방어를 하는 윤 대통령 측 입장에서도 불이익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이 반발하는 것은 (탄핵심판에서 형법 위반 여부가 빠지면) 절차지연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내란죄 철회 논란은 헌재가 답을 내려야 하는 첫번째 과제가 됐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심리 여부는 오는 14일 열리는 1차 변론에서 판단이 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 3일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측에 내란죄 철회에 대한 추가 서면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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