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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수 주칭다오총영사 ]지난 9월 9일 산둥성 칭다오시 인민대회당. 주칭다오대한민국총영사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에서 칭다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전주시 교향악단의 연주에 맞춰 우리 성악가가 부르는 한국 가곡이 울려 퍼졌다. 깊은 감회에 젖은, 연세 지긋한 우리 교민의 머릿속으로 지난 30여 년의 한중관계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으리라.
산둥성은 한중 협력의 교두보이자 관문으로서 지대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는 무엇보다 지리적 인접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공항은 우리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 공항으로, 직선거리가 370㎞에 불과해 부산보다 가깝다. 한중수교 이전인 1988년에 칭다오-부산 간 최초의 한중 항로가 개척돼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가능해졌고, 1989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한국 기업이 칭다오에 자리 잡으며 양국의 기업 교류가 시작됐다. 한-산둥성 간 교류가 역사적인 한중수교의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다. 한중수교 2년 만에 주칭다오총영사관이 개설됐고, 많은 우리 기업과 교민들이 산둥성에 진출해 삶의 터전을 일구면서 한중 경제협력의 비약적 발전에 기여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칭다오를 비롯한 산둥성 연안 도시들은 한중 협력에 힘입어 크게 발전, 웨이하이는 한중수교 이후 인구 20만에서 280만의 도시로 성장했고, 옌타이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성과물인 한중 산업단지가 들어서 향후 제2차 한중 FTA 협상에 따른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산둥성은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농업생산 1위, 인구 규모 2위(1억 100만 명), 경제 규모 3위(1조 2800억달러)다. 올해 상반기 중국 전체 평균(5%)을 웃도는 경제성장률(5.8%)을 달성하면서 향후 디지털 경제 및 녹색 경제로의 전환, 과학기술혁신을 통해 미래 신산업을 집중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 우리 기업의 대중국(산둥) 진출과 교역이 전통적 제조업과 중간재 중심이었다면 향후에는 의료·바이오,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스마트 물류 등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하고 적응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이면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공급망 다변화가 시대의 화두가 되었지만 중국과의 기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 품귀 현상을 빚었던 요소수 긴급물량이 칭다오항을 통해 한국으로 공급되었고 자연재해로 급등한 우리 김장용 배추 가격 안정화에 산둥성서 재배한 배추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앞으로 30년 뒤 총영사관의 60번째 생일에도 우리 교민의 머릿속에 산둥성에서의 우리 교민과 기업, 그리고 한중간 협력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