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엽 ‘고래사냥’(2022·사진=하랑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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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누구나 판타지 하나쯤은 품고 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분명 ‘고래’와도 엮여 있을 텐데. 실물을 제대로 보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한데도 고래라면 뭔가 ‘기분 좋은 일’을 물어다 줄 것만 같은 환상을 갖는 거다. 그러니 비단 드라마 속 우영우만의 얘기가 아니란 뜻이다.
작가 전준엽(69)은 일찌감치 그 판타지를 꿰뚫은 이다. 밤하늘을 나는 거대한 고래, 반짝이는 별 혹은 알 수 없는 빛, 뜬금없지만 어색하지 않게 어울린 꽃 등으로 유토피아의 지도를 다시 그려 왔다. 그저 사람 사는 땅덩어리의 사정만도 아닌가 보다. 작가가 작품에 빼놓지 않는 푸른 색감은 바다나 하늘을 덮는 것도 모자라 우주의 기운까지 뿜어내고 있으니까.
‘고래사냥’(2022)은 작가가 꺼내놓은 고래 연작의 여러 갈래 중 하나. 특별히 이 연작을 두고 작가는 “우화적 분위기로 세상을 희구하는 보통 사람들의 바람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림의 도구도, 표현도 서양화가 분명하지만 언뜻 한국적인 미감이 비치기도 한다. 간혹 유영하는 고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친 바위틈 소나무가 보이기도 하니까.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38길 하랑갤러리서 김은기·김영진·별머핀·김용현·이엘리·조숙연과 여는 기획전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53.0×45.5㎝. 하랑갤러리 제공.
| 별머핀 ‘분홍힐링’(2022), 캔버스에 아크릴, 60.6×60.6㎝(사진=하랑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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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현 ‘쿠바의 연인 2’(2022), 입체우드에 아크릴, 45.0×27.0㎝(사진=하랑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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