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최근 불볕더위와 폭우가 이어지면서 고랭지 배추 작황이 이상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물가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고랭지배추 재배 면적이 줄어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작황마저 좋지 않자 지난 2010년 배추 파동의 아픈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줄줄이 강원도 배추 산지로 달려가 작황을 점검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지 작황이 보도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요즘 물가담당 공무원들은 배추값에 울고 웃는다. 매일 밥상에 오르는 식품이니 서민들이 체감도가 높은데다, 금(金)배추 파동으로 배추가 농산물 물가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전체 물가 상승) 공포까지 덮치면서 ‘김치 물가’를 잡아야 물가불안을 누그러트릴 수 있다는 절박함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올해도 쉽지 않은 전투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오른 작물은 재배 면적이 급증하고 반대 경우에는 면적이 급감하는 일이 주기적으로 벌어지면서 가격변화가 롤러코스터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장 온난화로 고랭지채소 재배 면적인 줄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고랭지 배추를 수확하려면 품도 많이 들고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아 봄배추나 가을배추보다 가격이 높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당장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김치 담그는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여름에는 배추 가격이 비싸 열무나 양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었지만, 요즘에는 배추김치만 찾는다”며 “배추 소비를 줄이기 위해 관련부처가 머리를 짜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앞으로도 걱정이 태산이다. 농촌경제원에 따르면 올해 가을배추를 재배하겠다고 밝힌 농가는 지난해보다 22%, 평년보다 5% 줄었다. 가을 무 면적도 지난해보다 19%, 평년보다 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양파나 마늘 같은 부재료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는 점도 불안거리다. 특히 올해 양파 생산량이 20% 넘게 급감해 양파 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양파값 급락으로 농민들이 마늘 재배로 갈아탄데다 가뭄까지 겹친 탓이다.
정부는 김치 물가를 잡으려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2조2022억원으로 계획했던 농산물 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을 하반기에 1474억원 늘려 지출할 계획을 세웠다. 증액된 농안기금의 상당수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무·양파·마늘 같은 양념 채소에 투입될 예정이다. 장순원 기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