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10명 중 6명 '재건축 규제' 찬성… 도시재생 vs 대규모 개발

16일 이데일리-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재건축 규제 동의" 강남4구 응답률 가장 낮아
민주당 지지층 '규제 찬성'·한국당은 '규제 반대'
"부동산 공약 실효성 낮아… 공급문제 등 고려해야"
  • 등록 2018-05-16 오전 6:00:00

    수정 2018-05-16 오전 10:24:31

출처:리얼미터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들의 핵심 공약은 부동산 정책에 방점이 찍혀있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자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주택시장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고 서민 주거안정을 실현하는게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각 후보는 기존 집을 고치는 소규모 도시재생과 대규모 개발이라는 상반되는 방법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각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 66% “주택시장 규제 맞다”

16일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이틀간 서울시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44명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정책에 동의한다는 의견이 65.9%(매우동의 39.2%·동의 26.7%)로 동의 안한다(25.7%)는 응답률 보다 월등히 높았다. 잘 모른다는 의견은 8.4%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문 정부 출범 이후 국토교통부는 강남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남권에 집중된 재건축 시장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지속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입주권 거래) 금지,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 부담금) 등을 통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을 겨냥한 핀셋규제를 가한 것이다. 이런 영향이 설문조사 결과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서울 4개 권역별로 보면 재건축 규제에 동의한다는 응답률은 강북동권(강북·광진·도봉·성북구 등)과 강북서권(마포·서대문·용산·은평 등)은 각각 65.4%, 65.2%에 달했지만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속한 강동남권은 60.2%만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재건축 규제에 동의 안한다는 의견도 강동남권은 29.5%로 가장 높았다. 강서·관악·구로·금천구 등 서울 변두리 지역이 속한 강남서권 재건축 규제 동의율은 70.5%로 가장 높았으며, 반대 의견은 21.2%로 최저 수준이었다.

특히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지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들은 10명 중 8명에 해당하는 81.2%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층 중에서는 부동산 규제에 동의 안한다는 의견(64.3%)이 동의한다는 응답률(26.3%)에 비해 오히려 훨씬 높았다. 바른미래당 역시 부동산 규제 동의 안함(48.4%) 의견이 동의한다는(39.8%) 응답률 보다 높았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 중에는 규제 동의(82.5%) 의견이 동의 안함(12.1%)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재건축·재개발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 김문수 후보 지지자는 규제 동의안함(60%) 의견이 동의함(27.6%)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전경.(사진=연합뉴스)
◇정책 실효성이 관건… 공급문제 해결돼야

서울시장 첫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후보는 도시재생을 핵심 부동산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뉴타운사업(재정비촉진사업) 출구 전략으로 기존 노후주택 개·보수나 골목길 재생, 낙후된 산업공간 리모델링 등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서울형 도시재생 1·2차 사업을 통해 선정된 30곳을 중심으로 낡은 주거지를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또 철거위기에 처한 낙후된 서울역고가를 17개의 보행길로 재탄생시킨 ‘서울로 7017’을 비롯해 종로구 세운상가, 창신·숭인 등에서 창업공간을 조성해 주목받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 대한 과도한 인·허가로 주택 매수심리를 자극,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엇박자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박 시장이 내세우는 도시재생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에 비해 장기적인 효과나 편익을 발생시키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박 후보와는 달리 김문수 후보는 대규모 주택 개발과 부동산 규제 철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건축물 층수(3종 일반주거지역 최대 35층 이하), 안전진단 연한(30년), 용적률 제한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폐지하고, 정비사업 기간도 현행 평균 9년8개월에서 4년으로 단축시킨다는 계획이다. 올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대규모 개발 정책 전환에 따른 시간과 비용 등 물리적인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바른미래당 소속 안철수 후보는 대규모 개발을 지양하고 주거지 주변 생활환경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주거 문제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4차산업 혁명을 접목해 스마트 도시를 구현한다는 것이지만, 계획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박 시장의 정책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철수 후보 캠프 정책개발팀 관계자는 “조만간 내놓을 부동산 공약에는 재건축 아파트는 연한과 관계없이 노후도와 안전 여부에 따라 탄력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도시재생은 동네마다 자생력이 생길 수 있는 리모델링을 담을 것”이라며 “박 시장의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의 일환인 도시재생을 확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안정과 주거복지에 집중돼 있지만 아직 주택공급과 배분, 관리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며 “주택이 도시전체 경쟁력을 올리고 중장기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이데일리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무선 60% 가상번호 표집틀, 유선 4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걸기 방식으로 진행했다. 2018년 4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지역·성·연령별로 가중치를 부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오차범위는 ±3.4%포인트다. 응답률은 3.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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