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로봇'이 있다고? ‘웨어러블 슈트’ 직접 체험해보니

엑소아틀레트아시아社 '엑사-W' 제품 도입 기업 늘어
GS리테일 물류현장 이어 롯데리아 지점서도 시범 사용
"무거운 짐 옮기는데 가볍다"…허리 하중 최대 16kg 경감
아직 수요 적어 '고비용' 숙제…편의성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
  • 등록 2020-11-05 오전 5:30:00

    수정 2020-11-05 오전 8:11:12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물류 산업 종사자가 손수 짐을 나르는 과정에서 받는 허리 부담을 낮추는 ‘입는 로봇’ 보급이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직원의 노동 강도와 부상 위험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도입을 서두르는 기업이 잇따르는 것이다.

18kg을 2kg 힘으로 들면 ‘OK’

4일 롯데GRS에 따르면 롯데리아 잠실 캐슬플라자점에 지난달 27일 도입한 웨어러블 슈트 ‘엑사-W’(EXA-W) 제품의 직원 만족도가 높다. 이 제품은 착용하고서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허리에 부여되는 하중을 12~16kg까지 줄이도록 설계돼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한 주에 서너 번씩 식재료가 들어오는데, 식용유나 냉동제품류 무게가 최대 18kg까지 나가서 직원이 손수 힘으로 들어 올리기에 부담”이라며 “기기를 사용하고서 전보다 힘이 덜 들어가 수월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기자가 엑소아틀레트아시아사의 웨어러블 슈트 ‘엑사-W’를 착용한 앞, 뒤, 옆 각각의 모습. 오른쪽 빨간 원에 표시된 골반의 가스프레임이 허벅지(왼쪽)와 등(가운데)을 고정하면서 힘을 낸다.(사진=전재욱 기자)
실제로 기자가 지난달 29일 이 제품을 만든 엑소아틀레트아시아사(社) 서울 사무소를 찾아가 제품을 체험해본 결과도 비슷했다. 사무용품이 담긴 짐을 바닥에서 골반 높이로 들어 올리는 작업을 가정하고서 실험했다. 통상 ‘스쿼트’ 동작과 유사한 자세를 반복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제품을 착용하기 전후로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대번에 차이가 났다. 앉았다가 일어서는 과정에서 슈트를 입었을 때가 확실히 허리에 힘이 덜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가벼운 짐이라도 반복해서 들면 허리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라며 “단순 반복작업에도 유리한 기기”라고 설명했다.

제품 무게는 3kg이었다. 웬만한 성인이 착용하는 데 큰 부담이 없는 중량이다. 제품 크기는 단일하다. 신체 사이즈에 맞춰서 기기의 폭과 길이를 조정할 수 있다. 신장 169cm에 체중 71kg의 기자가 착용하고, 무게를 견뎌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비(非) 동력장치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었다. 동력장치(배터리)를 사용하면 힘을 키울 수 있지만 가동 시간이 한정되는 게 단점이다. 무엇보다 기기 중량이 늘어서 착용 부담이 커진다. 자연히 가격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엑사-W는 파워 블록에 가스 프레임을 장착해 힘을 내는 방식을 택했다. 슈트 양쪽 골반에 장착된 파워 블록을 중심으로 등과 허벅지가 운동하는 힘을 통해서 동력을 얻는다. 이때 가스 프레임이 수축과 이완을 하면서 허리로 힘을 보내줬다. 2만 회까지 효용을 얻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수명이 다한 가스 프레임은 교체할 수 있다.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기술력 적용

엑소아틀레트아시아가 애초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을 생산해온 점에서 엑사-W 제품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2016년 설립한 이 회사는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인증받은 의료재활 웨어러블 로봇 ‘엑소아틀레트메디’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지분 30%를 투자한 러시아 기업이 보유한 웨어러블 로봇 원천 기술을 상용화한 결과다. 나머지 지분 70%는 GS그룹 방계의 코스모그룹과 신용보증기금이 나눠 가진다.

기자가 엑사-W를 입고서 물건을 드는 모습. 허리에 가중되는 무게를 16kg까지 줄여 부담이 덜하다.(사진=전재욱 기자)
제품이 성공을 거둬 앞으로 물류 산업 종사자의 노동 강도와 부상 위험을 줄일지 기대된다. 물류 산업은 양질의 노동력을 꾸준히 확보하는 게 관건인데 현실은 쉽지 않다. 근력 사용이 많아 근속 기간이 짧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노동 숙련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종사자 상당수는 요통을 호소하고 심하면 산업재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오현철 엑소아틀레트아시아 마케팅본부장은 “물류와 배송 산업 종사자가 최소한의 비용과 힘으로 최대 효과를 얻는 지점을 찾고자 애썼다”며 “같은 원리로 앞으로 농업과 간호요양 현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입 기업 느는데…고비용 숙제

이런 기대에서 제품을 들여오는 기업이 늘고 있다. 롯데GRS에 앞서 지난 8월 조양국제종합물류가 엑사-W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을 비롯해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의 물류 배송과 분류 작업을 맡고 있다. 이밖에 화학제품 제조사와 물류 공공기업 등 복수 기업에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비용은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엑사-W의 판매 가격은 수백만 원이다. 수요가 적어 소량으로 만들다 보니 그렇다. 대량 생산하면 단가를 낮추는 게 가능하다. 거기까지 나아가려면 수요처와 공급처 안팎에서 자금 지원이 뒤따를 여지가 있다.

사용자 편의를 끌어올리는 것도 관건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사용 초기이지만 맨몸 상태일 때보다 움직임이 어색하다는 반응이 있다”며 “적응하면 될 일인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이즈가 단일한 것도 아쉽다. 체격이 왜소하거나 신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이는 기기를 입는 게 불편할 수 있다. 수요가 증가하면 제품군을 늘려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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