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양국정상은 90분간의 공식 정상 회담을 마치고 서로에게 속삭이듯 귀엣말을 나눴다. 문제는 이 귀엣말이 오바마 대통령의 양복 윗저고리에 부착된 마이크를 타고 외부에 그대로 공개 돼버린 것.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미사일 방어시스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며 "11월 선거 후 이 문제에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이 문제에서 (미국에) 더 많은 여유공간(space)을 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MD 구축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러시아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내세워 러시아 국경 인근에 MD를 구축하는 것은 러시아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오바마의 발언으로 미국의 MD 구축 계획이 오바마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수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 돌아오면 그가 한국에서 말한 그 ` 유연함`이 무엇인지 듣기를 기대하겠다"고 밝혀 이를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 현지 언론들도 백악관이 사태 수습을 위해 "(오바마의 발언은) 양국에 선거 이슈가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