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정보기술(IT) 업종의 대표주자인 이른바 ‘FAANG(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자회사 알파벳)’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 5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 27~28일(현지시간) 단 이틀 동안 1616억달러가 증발했다. 한국 돈으로 약 172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FAANG 주식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아마존(-4.4%)과 애플(-1.1%), 넷플릭스(-5%), 알파벳(-0.2%) 등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은 ‘온라인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평소 앙숙 관계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마존에 대한 세무조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아마존의 주가가 힘없이 추락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을 걸고넘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도 걸핏하면 아마존을 비판했다. “아마존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택배 요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고,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아마존의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IT에 대한 투자자의 확신이 워낙 강했다.
지난 1년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의 IT 지수는 31% 급등했다. 미국 IT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8배로 15년 간 평균보다 12%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의 IT기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낙관적이었다. 이커머스, 온라인 동영상, 모바일 광고, 스마트폰 앱 등 미국의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가 주가보다 더 빠른 이익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넘쳤다.
이번에는 반응이 달랐다. 가뜩이나 지난 19일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페이스북이 크게 흔들리던 터였다. 테슬라 전기차의 차량 폭발 사고,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망 사고 등 악재가 이어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아마존을 압박하는 발언까지 더해지자 미국 IT주의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퍼스털링캐피털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필립스 이사는 “IT 업종은 올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다른 업종이 하락할 때에도 밀리지 않았다”며 “주가 하락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