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에 군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장성들의 축(Axis of general)보다 젊고 경험은 짧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신봉하고 트럼프에 대한 묻지마식 충성파의 전격 기용은 국제사회 예상과 우려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다. 장차 글로벌 리더십 부재와 분절, 파편화된 국제체제, 미중 패권 경쟁심화가 어우러져 각국이 각자도생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의 바로미터는 대외정책 목표와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직면한 국가 위기 상황 악화 방지를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원상 회복이나 상황 개선을 위한 위기관리 전략이 필요한 때다. 모든 협상에서 현재의 약점이 환경과 여건이 변하면 강점이 될 수 있고, 동일 상황에서도 생각을 달리하면 불리함도 유리함으로 바뀔 수 있다. 다윗이 골리앗의 창검에 맞서 싸우는 대신 한 번도 시도된 바 없는 돌팔매를 써서 이긴 것이 대표적이다. 불리한 협상 의제와 목표를 나에게 유리한 경쟁의 틀로 바꿀 아이디어 창출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전승은 불복(戰勝不復)이라 했다. 피로 맺은 혈맹에 호소하는 관성적, 경로 의존적인 협상 전술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무리 우호적 한미관계라도 한국의 협상 의도와 목표를 미측이 곧바로 알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우리가 추구하는 바에 반발하지 않도록 간접적 접근, 즉 넛지(Nudge)전략 구사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해졌다.
국가 간 협상은 각자의 요구와 욕망·기대가 무엇인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국가 존망과 생사를 다루는 정치 행위다. 변화된 미국과의 협상은 발상의 전환과 담대함으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전략 모색과 차별화된 의제 찾기가 더욱 절실해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직면한 위기에 맞춤형 위기관리 전략은 없었다. 오직 상황변화에 기민하고 능동적인 위기대처 능력만이 필요했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전략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등가성 기반의 주고받기 전략이다. 한미관계를 동맹 차원이 아닌 거래 관점으로 접근하는 미국에 대해 줄 것은 주고, 그 대가를 당당하게 받는 협상이 돼야 한다. 예컨대 방위분담금 증액 요구에 확장억제 방안 제도화, 핵 잠재력 등을 제시해 확보하는 전략이다.
셋째, 북한과 핵 직거래 방지 전략이다. 자기과시를 좋아하고 김정은과 우호적이라는 트럼프는 장기적으로 북한 핵보유를 전제로 북한과 핵군축 및 핵동결, 미 본토를 타격 가능한 ICBM 폐기와 대북제재 해제를 놓고 양국이 직거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에 1차 이해당사자인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설득하고 요구해야 한다.
끝으로, 대미 협상에서 일본과의 공조는 필수요건이다. 주지하듯이 일본은 북한 위협·도발 정보공유와 공동대처를 해야 할 우방국으로 미국의 동의·공감을 이끌어낼 지렛대 보유국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인도태평양 전략 구현, 대중 견제에 일본의 동참은 상수가 된지 오래로 공을 들여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하나의 영역으로 연결되고 타 지역의 위기나 전쟁 여파에 예외적인 국가나 지역은 없다. 지속 발전 가능한 국가경영은 국제정세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거시적 안목과 상상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여야의 정쟁용 ‘탄핵·특검·방탄’ 아우성에 국가안보가 풍전등화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정치적 패악질을 멈추도록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