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최악인데..곳간서 잠자는 '일자리 예산'(종합)

부처 437개 주요 사업 집행률 보니
집행률 평균 미달 예산 1조원 육박
예산 집행 더딘데 고용 급속도 악화
"예산 집행 늘려 일자리 경기 살려야"
  • 등록 2018-06-18 오전 6:44:02

    수정 2018-06-18 오전 6:44:02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용 관련 긴급 경제현안 간담회에서 “오늘 발표된 5월 고용동향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사진=기획재정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일자리 등 주요 예산은 제때 풀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지부진 일자리 예산, 1조원 육박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앙부처의 437개 주요 단위사업(개별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올해 4월까지 예산·기금 집행률을 집계한 결과,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의 사업이 중앙부처의 평균 예산 집행률(43%)을 미달했다.

실업률이 심각한데 고용부의 고용창출장려금(17.8%), 실업자능력개발지원(24.2%) 예산 집행률은 지지부진했다. 중기부의 소상공인지원(29.9%), 중소기업수출역량강화(30%), 중소기업경쟁력강화(30.4%), 산업부의 지역투자유치활성화(25.3%), 지역특성화사업육성(33.1%) 사업도 평균을 밑돌았다. 국토부의 주택도시보증지원, 도시재생지원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0%에 그쳤다.

집행률이 평균(43%) 미달인 일자리·중소기업·지자체 관련 사업의 총예산이 1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고용노동부의 고용창출장려금(3924억원), 실업자능력개발지원(676억원),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지원(1246억원), 중소기업수출역량강화(1099억원), 중소기업경쟁력강화(782억원),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투자유치활성화(945억원), 지역특성화사업육성(909억원) 예산을 합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까지 편성했지만 올해 본예산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은 올해 초부터 집행률이 저조했다. 올해 1월 중소기업경쟁력강화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0%였다. 지난 2월 고용창출장려금의 집행률은 9.1%로 10%를 밑돌았다.

당시 기재부와 고용부는 “(고용창출장려금 등의) 향후 집행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4월까지도 이들 부처의 해당 사업 예산의 집행률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예산 집행률을 일·월 단위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의 일자리·중소기업·SOC 관련 일부 예산 집행률이 중앙부처 평균 집행률(43%)보다 낮았다. 4월 말 주요 단위사업 누계 기준. 단위=억원·%.[출처=기획재정부 월간 재정동향 6월호,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예산 집행 더딘데 고용 급속도 악화

문제는 예산 집행은 더딘데 고용, 경기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는 점이다.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15~29세) 취업자의 실업률이 10.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매 및 소매업(-5만9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4만3000명) 취업자가 전년동월보다 급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5월 고용동향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3월 재고율(114.1%)은 1998년 9월(122.9%) 이후 19년 6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재고율이 높을수록 창고에 쌓여 있는 물건이 많아져,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

게다가 건설 경기까지 고꾸라질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7.6% 성장세를 보인 건설투자가 올해 -0.2%, 내년에 -2.6%로 침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건설투자 전망치가 -1.5%로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보증지원, 도시재생지원 사업 등 주요 예산 집행률(4월 기준)은 0%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대폭 늘려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가 기재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기금의 총지출 요구 규모는 458조1000억원(5월 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대비 6.8% 늘어난 규모다. 이는 지난 2011년 제출한 2012년 예산 증가 폭(7.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9월에 국회에 제출된다. 올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일단 많이 받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예산 편성’이 우려된다.

“예산 집행 늘려서 경기 살려야”

해당 부처들은 집행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중각 기획재정부 재정집행관리과장은 “예산 신청과 집행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고의로 예산을 안 쓴 건 아니다”고 말했다. 김부희 고용부 청년고용기획과장과 이상주 국토부 재정담당관은 “하반기에 주로 집행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담당관은 “행정절차 때문에 집행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집행률이 확확 뛸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투자 심의를 하는데 사전준비 시간이 걸려 집행이 늦어질 수 있다”며 “고용·산업위기 지역의 고용 개선을 위한 예산 조기집행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 부처의 한 예산 담당자는 “솔직히 말하자면 지자체 연계 사업은 지방선거 때문에 늦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자체에선 (지자체장) 대부분이 선거 운동에 나간 상황이다. 이런 지방선거 분위기라 집행 논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신임 지자체장 임기가 시작되는 내달 1일부터 본격적인 예산 집행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집행률 부진 지표가 5~6월에도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편성된 올해 예산부터 제대로 쓰도록 집행 관리를 철저히 하자”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산 편성도 중요하지만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일자리, 경기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산 집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예산집행 대상자 예측이나 사업 기획을 잘못한 것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5월 청년실업률이 5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년 5월 기준. 단위=%. [출처=통계청,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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