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찰랑찰랑한 컵에 클립을 하나씩 넣기 시작합니다. 클립이 하나만 더 들어가도 물이 넘칠 것 같지만 컵의 물은 클립 한 통이 다 들어가도 표면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기만 할 뿐 넘치지 않습니다.
이 실험이 가능한 것은 물 분자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강해 표면이 부풀어 오르기는 하지만 쉽게 넘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이는 표면을 당기고 수축시키는 힘이라는 의미로 표면장력(表面張力)이라고 합니다. 물 표면은 이 힘에 의해 당겨지고 수축돼 단단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마치 표면이 막으로 둘러싸여 있거나 투명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주 약한 힘이지만 자연 속에서는 이 힘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작은 곤충에게는 치명적인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1998년 개봉한 ‘개미’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병정개미 Z가 이슬방울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며 위기를 맞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 개미 크기의 작은 곤충은 물방울에 갇히면 표면장력을 이기고 물 밖으로 나올 수 없어서 물방울에 빠져 죽게 됩니다.
표면장력이 가장 큰 물질은 수은입니다. 물보다 6.7배나 큰 값을 가지고 있어서 바닥에 떨어져도 물처럼 흩어지지 않고 마치 구슬처럼 굴러다닙니다. 수은은 형태는 액체이지만 금속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은을 제외하면 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가장 표면장력이 큰 물질입니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것도 물의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물 분자끼리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기름이 물속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죠.
물과 기름이 잘 섞이지 않는 특성은 물을 이용해서 때를 씻어내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때는 주로 기름 성분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세탁이나 목욕을 할 때 물로만 씻어서는 깨끗하게 씻어내지 못하게 됩니다.
이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세제와 비누입니다. 세제와 비누는 물의 표면장력을 약하게 해 물과 기름의 경계면이 서로 섞일 수 있도록 경계면을 활성화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경계면을 활성화시켜 준다는 의미로 세제와 비누를 계면활성제라고 합니다.
|
물의 표면장력은 물이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전달되는 과정에도 작용합니다.
모세관 현상은 액체가 가는 관의 안쪽 벽면을 타고 올라가는 현상을 말하는데 모세관 현상이 가능한 것도 바로 물이 서로 끌어당기는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물 표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표면장력은 마술처럼 신기한 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동전을 물 위에 띄우는 실험도,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는 것도, 조약돌을 던져 물수제비를 만들 수 있는 것도 모두 물의 표면장력 덕분입니다.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물 위를 걸어 다니는 동물은 소금쟁이뿐만이 아닙니다. 가벼운 소금쟁이와 달리 200g의 체중을 가지고도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물 위를 뛰어다니는 동물이 있습니다.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번쯤은 봤던 바실리스크(basilisk) 도마뱀입니다. 이 도마뱀이 물 위를 달리는 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1초에 20회나 움직이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 물 위를 달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도 바실리스크 도마뱀처럼 물 위를 뛰어다닐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사람이 충분히 넓은 발바닥과 매우 빠른 다리를 가지고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우사인 볼트보다 4.6배 정도 빨리 뛴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