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동조하면서 지원 가닥이 잡혔던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인하 정책이 되레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리더십에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여야 간 정쟁으로 비화된 상황에서 국민 절반 이상도 정책의 효용성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이 연출되면서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만13세 이상 1인당 통신비 2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놓고 민주당의 결정으로 공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비 지원 방안을 꺼낸 주체가 여당이었고, 논의가 국회로 넘어가 여야간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당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기본 입장 속에 사태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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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는 통신비 지원책을 놓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지원 방식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다른 대안을 검토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4차 추가경정예산안 정책 중에 통신비 지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셈이다.
다만 민주당이 ‘대표’가 제안하고 ‘대통령’이 환영한 정책을 뒤집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나도 크다. 그럼에도 국민 10명 중 6명이 통신비 지원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 정책을 밀어붙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지난 11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2%가 통신비 지원을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가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을 만나서 사실상 첫 번째 정책으로 꺼내 놓은 것이 통신비 지원인데 당 차원에서 이를 되돌리면 ‘대표’로서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역 논란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가 차츰 낮아지는 국면에서 문 대통령 역시 그 여파를 피하기 어렵다.
이재명 지사가 자기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동도 고려된다.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이 대표와 이 지사 간의 경쟁 관계를 떠올리면 통신비 지급안이 어떤 방식으로 결론 나느냐에 따라 어느 한 쪽에 정치적 무게감이 실릴 수 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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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호승 경제수석이 언론에 출연해 현재의 통신비 지원책을 옹호하면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 수석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통신비를 매달 내야 하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 금액이 무의미하다고까지 얘기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두둔했다.
이 수석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것은 국회의 책무인 만큼 논의를 경청하겠다”면서도 “정부가 많은 고민 끝에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단계에서 청와대가 다른 안을 고려하고 않고 기존의 방안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