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약발 끝?…청주 아파트, 경매도 줄줄이 유찰

서너달 새 부동산시장 분위기 급냉각
경매 낙찰가율, 30%p 떨어져…응찰자수도 줄어
“조정대상지역 해제 되면 다시 오를 수도”
  • 등록 2020-09-16 오전 6:00:00

    수정 2020-09-16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지난 5월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달아올랐던 충북 청주시 부동산시장이 6·17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빠르게 식고 있다. 일반 매매시장은 물론 경매시장까지 찬바람이 번지는 분위기다.

법원 경매 시장에 나온 청주용정한라비발디 아파트 전경(사진=지지옥션 제공)
15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아파트 등 청주시 주거시설 33건이 경매에 부쳐져 단 4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12.1%,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52.8%에 그친다. 10채 중 2채가량의 주택만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팔려나갔단 얘기다. 아파트로 좁혀보면 25건 중 3건만 낙찰돼 낙찰률은 12.0%, 낙찰가율은 58.3%다. 평균 응찰자수도 2명이었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세원아파트(전용면적 59㎡)는 지난 14일 533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1억400만원인 아파트이나 세 차례 내리 유찰된 뒤 단독 응찰한 입찰자에 넘어갔다. 흥덕구 아파트는 지난 6월 아파트가 경매에 나오면 절반 이상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던 곳이다.

방사광가속기 입지로 지정된 청원구에서도 유찰 아파트가 쌓이는 중이다. 율량동의 율량신라아파트와 한울아파트 각 3채가 감정가의 50%수준까지 떨어졌음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아파트인 상당구 용정동의 청주용정한라비발디(전용 134㎡)는 이달 10일 감정가 5억1000만원에 첫 경매에 부쳐졌지만 유찰되면서 다음 최저입찰가격이 1억원 넘게 낮아진다. 일반 매매시장에선 지난달 5억20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불과 서너달 전만 해도 상황은 딴판이었다. 방사광가속기 유치 전후인 5~6월엔 경매에 나온 청주 주거시설 5건 중 1건 이상이 낙찰됐고 낙찰가율은 85%안팎을 기록했다. 특히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90%를 훌쩍 뛰어넘으며 두 자릿수 경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7~8월 낙찰가율이 10%포인트 뚝 떨어졌고 이달 들어 낙폭은 더 커졌다.

집값 하락세는 일반 매매시장에서 먼저 감지됐다. 청주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흥덕구 복대동 두산위브지웰시티2차의 전용면적 80.135㎡짜리는 지난 5월말 6억원을 돌파했으나 지난달 말 5억1900만원에 거래됐다. 청원구 오창읍 대원칸타빌아파트 전용 84.96㎡ 역시 6월 3억원을 찍었다가 다시 2억원대로 돌아갔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청주 아파트 거래는 올 들어 5월 5410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6월 3967건, 7월 1562건으로 감소했다. 서울 등 외지인들의 거래량은 5월 2484건에서 6월 1563건, 7월 578건으로 쪼그라들었다.

흥덕구 복대동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80.135㎡ 지월시티2차는 6억2000만원하던 호가를 5억8000만원으로 낮추는 등 최근에 몇 천만원 떨어지긴 했다”며 “방사광가속기 호재가 나자마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고 세제가 강화되니 법인 등이 매물을 내놓은 영향”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매매가는 떨어졌지만 전셋값은 한달 새 5000만원 올랐다”며 “지역 주민들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집값도 다시 오를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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