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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지난 4월 15일 21대 총선 이후 약 100여일이 지났다. 이후 여야의 정치지형은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총선 직후 민주당은 환호했다. ‘180 대 103’이라는 압도적 승리였다. 이후 민주당의 차기 대선 승리를 의심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통합당은 정반대였다. 기나긴 침묵의 연속이었다. 보수궤멸론에 대한 확인사살이었다. 차기 대선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만약 오늘 다시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의 압승이 가능할까?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오랜 속설이 현실이 돼버렸다. 파죽지세를 이어가던 민주당은 비상등이 켜졌다.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마저 뒤죽박죽이 됐다. 특히 부동산정책 실패로 온나라가 쑥대밭이 됐다.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차기 대선의 향방을 점쳐볼 수 있는 ‘미니 대선’ 격이다. 민주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할 위기 상황이다. 보수야권은 기력을 회복했다. 내년 4월 보선 승리를 바탕으로 차기 대선에서 정권탈환을 조심스럽게 기대할 정도다.
21대 총선 이후 100여일간 무슨 일이 있었나?
정치는 축구와 유사하다. 공격을 통한 득점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자책골이 있으면 1대 0으로 이길 수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총선 이후 대략 3대 0의 스코어에서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60%대 중후반, 민주당 지지율 50% 안팎, 차기 1순위 주자였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40%대 초반 대세론까지. 한마디로 거칠 게 없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현재 스코어는 정반대다. 냉정하게 보면 통합당의 자력 득점은 없다. 통합당은 여전히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임시 지도부를 둘 정도로 어렵다. 그래도 민주당의 연속 자책골로 스코어는 마이너스(-) 3대 0 정도가 됐다. 통합당은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민주당보다 3골 정도 앞선 역설적 상황이다.
삼폐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일까?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총선 직후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실패사례를 언급하며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여권은 악재만발이었다. 진보의 무기였던 도덕적 우위가 무너진 게 결정타였다. 조국 사태에 이어 윤미향 사태가 정국을 뒤흔들더니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까지 불거지며 치명상을 입었다.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일방 폭파도 악재였다. 부동산정책 난맥상은 촛불을 들었던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후 난데없는 행정수도 이전 논란까지 불거졌다. 민주당은 의석수만 압도적 우위일 뿐이다. 국정 전반의 난맥상을 헤쳐나갈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다.
정치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없다. 총선을 다시 치를 수는 없다.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을 확인해볼 수 있지만 이는 불완전하다. 결국 선거를 통해서 정확한 민심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까지는 너무 멀다.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순한 광역단체장 선거가 아니다.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다. 정치적 파괴력과 중요성은 미니 대선에 버금간다. 그야말로 역대 최강의 재보선이다. 2022년 3월 9일 차기 대선을 불과 1년 정도 앞두고 열리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수도권 민심과 부산지역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여야 안팎에서 거론되는 후보만도 줄잡아 20여명을 넘어섰다. 서울시장 보선의 경우 민주당에서 박영선·추미애 장관, 우상호·박주민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 외곽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차출설도 나온다. 통합당에서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 홍정욱·김용태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반(反)문재인 전선을 기치로 안철수 단일후보론도 심심찮게 나온다. 부산시장 보선 경쟁은 더 치열하다. 민주당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통합당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통합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후보군만도 10여명에 이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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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민주당의 딜레마 vs 통합당, 탄핵 이후 첫 ‘설욕 기회’
내년 4월 재보선은 통합당 입장에서 절호의 기회다. 2016년 20대 총선 패배를 시작으로 2017년 5월 대선 패배→2018년 6월 지방선거 대참패→2020년 4월 총선 참패를 경험했다. 20대 총선을 제외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여파 △코로나19 사태라는 다소 비정상적인 국면에서 선거를 치렀다.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은 첫 설욕의 기회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난맥상에 따른 광범위한 민심 이반이 정치적 호재다. 서울시장·부산시장 모두 승리하지 못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선거환경이 좋아졌다. 과거와 같이 힘도 쓰지 못하고 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내년 4월 재보선 승패와 차기 대선 승리의 함수관계는?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을 싹쓸이하는 정당은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거칠게 요약하면 차기 대선의 7부 능선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사활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견제 심리의 작동이다. 우선 민주당이 온갖 악조건에도 선거를 싹쓸이한다면 독이 든 성배에 불과하다. 민주당 독주에 대한 강력한 견제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차기 대선에서 통합당의 기회다.
반대로 통합당이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을 모두 승리할 경우그동안 민주당 절대 우위의 차기구도가 한순간에 흔들린다. 적어도 여야의 대선경쟁은 2002년 대선(노무현 vs 이회창)이나 2012년 대선(박근혜 vs 문재인)과 마찬가지로 일대일 접전구도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물론 내년 4월 재보선 정국까지 9개월이 남았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내년 4월 재보선 이후 차기 대선까지는 초대형 메가톤급 변수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치는 늘 그랬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