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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예약판매 실적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예약판매기간에 선물세트를 사면 명절 직전에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매년 사전 판매 비율이 늘어왔지만 올해는 성장세가 예년만 못하거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된서리를 맞았다. 작년 추석 사전판매 기간보다 예약판매 실적이 15~18% 동반 하락했다.
롯데백화점의 추석 예약 판매는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18일간 전년보다 매출이 37.1% 올랐지만 98.4%의 신장률을 보인 지난해 추석에는 크게 못 미쳤다. 현대백화점은 22일 기준 소폭 역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예약판매 증가율(4~19일)이 50.9%로 백화점 3사 중 가장 컸는데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전년보다 2배 이상(120%) 늘며 신장률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명절 선물 매출에서 사전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내로 작아 사전 판매 현황만으로 다가올 추석 경기를 점치기엔 무리가 있지만 사전 구매의 80~90% 정도가 법인을 비롯한 대량구매 고객으로 사전 판매가 저조하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이 선물 마련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백화점은 본 판매시기를 앞당기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5일까지 사전 판매를 진행하는데 지난 22일 서울 본점·잠실점·부산본점 등 매출 상위 8개 점포를 시작으로 본 판매 행사에 돌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당초 밝힌 사전 판매 기간은 오는 28일까지였지만 서울 지역 점포는 3일 앞당긴 25일 본 판매 체제로 전환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오는 26일부터, 현대백화점은 29일부터, AK플라자는 다음달 2일부터다.
사전 판매 현황에 따라 본 판매에서 5만원대 이하 저가형 상품의 품목과 물량을 대폭 늘린 것도 올해 추석선물 시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저가 선물세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다.
업계에선 추석선물 예약판매 실적이 부진한 이유를 ‘빠른 추석’에서 찾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무더위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야 추석을 인지하고 준비에 나서는데 올해는 추석이 빨라지며 사전판매 시기가 여름 휴가철과 겹쳤고 폭염이 지속되며 추석선물 시장이 활기를 띠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4년에도 추석이 9월8일로 올해보다 일주일이 더 빨랐고 그때도 사전 예약 판매 비중이 예년만 못했지만 본 판매에선 실적이 개선됐다”면서 “이번 주말 더위가 한풀 꺾이면 그동안 선물 장만을 미뤄온 대기 수요가 본 판매에 몰려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