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추첨 현장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부모들은 아이 한 명 유치원 보내기가 대학 입시보다 더 힘들다고 교육당국을 이구동성으로 성토했다.
그동안 유치원들은 선착순으로 원아를 모집했다. 선착순 모집 방식 탓에 부모들은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가면서 며칠씩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여기다 학부모 추천 입학이 가능한 점 때문에 일부 유명 유치원은 ‘귀족유치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내년 원아 모집 방식을 추첨제로 바꿨다. 하지만 유치원들의 추첨일 담합이라는 ‘꼼수’에 걸려들어 학부모들에게 더 큰 불편을 주는 미숙함을 보였다. 교과부는 뒤늦게 부랴부랴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뒷북행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과부와 유치원의 줄다리기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첫 번째 교육’이 방치된 것이다. 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진 한 엄마가 “정부의 출산 장려정책은 위선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추첨일 담합이라는 방식으로 부모들의 유치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들이 꼼꼼하게 따져보고 자녀에게 맞는 유치원에 보낼 수 있도록 유치원 선택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교육정책이 나올 때마다 일선 교육현장이 요동치는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유치원 ‘추첨대란’ 역시 마찬가지다. 유치원 추첨제의 폐단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교과부는 추첨 현장에서 터져나온 “유치원 입학부터 입시전쟁을 치러야 하느냐” “추첨제보다 차라리 선착순이 낫다” 등의 비판을 새겨듣고 하루속히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