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서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 대형 거래의 씨가 말랐다. 매매 규모도 크게 줄면서 시장 규모는 전년의 10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경제 전망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 정책 예측이 어려워 거래 소강 상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올해 초부터 3월 14일(계약일 기준)까지 서울 업무·상업용 빌딩 매매를 파악,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000억원 이상 거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중구의 한 업무시설로, 올해 초 3080억원에 계약됐다. 다음으로 거래 규모가 큰 거래는 신사동 근린생활시설로, 500억원에 매매됐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의 1000억원 이상 건물 거래는 7건이었다. 500억원 이상 거래도 9건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1년새 상업용 부동산 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서울 업무·상업용 부동산 매매액은 1조99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5조 7168억원)보다 무려 80.8% 줄었다. 통상 업계에서 100억원 이하로 보는 ‘꼬마빌딩’ 매매도 2023년 124건에 그쳐, 전년(435건)의 3분의 1토막 수준이었다.
대형 빌딩의 경우 임대료는 꾸준히 오르지만, 금리 인상 폭이 지나치게 가팔라 기관투자자의 이익 창출이 힘든 상황이다. 꼬마빌딩 역시 경기 둔화로, 선뜻 매수자가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류강민 알스퀘어 리서치센터장은 “미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경기 둔화 움직임, 물가 상승이 금리를 예단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다만, 금리 방향성은 물가보다 경기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연말에는 얼어붙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