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초고가 남성 명품 정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캐주얼 차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하면서 정장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값비싼 정장을 찾는 수요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 갤러리아백화점 브리오니 매장 전경. (사진=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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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정장 브랜드 매출은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2021년 매출 신장률(전년대비 13%)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남성 정장 매출이 늘어난 건 초고가 브랜드 매출 상승세가 두드러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갤러리아의 지난해 초고가 정장 브랜드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4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정장보다 캐주얼 의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명품 인기와 함께 고가의 명품 슈트 수요도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이다.
| 갤러리아 G.STEET 494 옴므 수트.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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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는 명품관에 △브리오니 △스테파노 리치 매장이 있다. 또 편집숍 ‘G.STEET 494’에서 △키톤 △체사레 아톨리니 등을 판매해 소위 세계 4대 명품 정장을 모두 판매한다. 4개 브랜드 모두 패턴, 디자인, 직조 모든 과정에서 100% 수작업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나폴리 슈트의 대표 ‘키톤’과 ‘체사레 아톨리니’가 어깨 패드 없이 편안한 실루엣을 추구한다면 ‘브리오니’는 높은 어깨, 몸과 허리에 꼭 맞는 스타일의 이탈리아 로마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주는 식이다.
브리오니는 지난 1945년 탄생 이후 현재까지 패턴과 커팅에서 시작해 22시간이 넘는 바느질, 60회의 다림질, 220개의 생산 과정을 거쳐 슈트 한 벌을 완성하기로 유명하다. 생산라인에 약 1500여명의 장인이 하루 단 300벌만 생산하는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을 두고 있다. 영화 ‘007’ 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슈트이자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미국 전 대통령의 슈트로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서 브리오니 유통을 담당하는
신원(009270)에 따르면 지난해 브리오니의 매출은 전년대비 13% 늘었다.
브리오니 관계자는 “주요 고객층은 강남권에 거주하는 고소득층 5060세대 전문직 종사자였지만 최근 3040세대 신규 고객층이 확충됐다”며 “원단과 스타일에 따라 수천만원대 정장을 만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제품 가격은 1000만~2000만원대”라고 전했다.
| 갤러리아 백화점 스테파노 리치 수트.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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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2년 첫 선을 보인 스테파노 리치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특히 ‘고객이 선택하는 브랜드’가 아닌 ‘고객을 선택하는 브랜드’로 재벌 기업 총수나 부유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스테파노 리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명품 정장 브랜드 수요 증가로 지난해 남성 정장 시장 규모는 4조7258억원으로 전년(4조4536억원) 대비 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정장 시장 규모(3조2347억원)가 4.9% 늘어난 것보다 높은 수치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브랜드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전문직, 고소득 남성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정장 시장도 커지고 있다”며 “고가의 정장은 입었을 때 느끼는 편안함이 다른 만큼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