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 CEO와 이미지 코드

  • 등록 2020-11-01 오후 12:28:22

    수정 2020-11-01 오후 12:28:2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디지털 세상이 활짝 열리면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 만큼 중요해진 것이 기업의 이미지 아닌가 싶습니다.

카카오 하면 떠오르는 노란색의 친숙함이나 네이버 하면 생각나는 기술 기업, 엔씨소프트 하면 생각나는 택진이형 같은 것이죠.

그런데 최근 ‘디지털 플랫폼’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통신사들도 앞다퉈 이미지 변신에 나서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텔레콤’ 대신 ‘T’를 드러내며 홍대에 복합문화공간 ‘T팩토리’를 만드는 등 기술(technology)로 내일(tomorrow)을 여는 이미지를 알리고 있죠. LG유플러스가 강남역에 LG를 가린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을 만들고 MZ세대(밀레니엄과 Z세대)와 색다르게 소통하겠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CEO 드레스 코드가 회사 이미지에 영향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표이사(CEO)가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회사를 살려야 하고 비전을 주며 매출을 책임져야 하는 CEO들이 이미지까지 신경 쓸 틈이 어디있나 싶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이미지까지 신경 쓰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는 CEO의 모습이 그 회사 제품이 지닌 개성을 짐작하게 만드는 일이 많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생산 기술이 엇비슷해진 분야라면 더 그렇죠.

좀 과장하자면, CEO가 어떤 이미지를 가질 것인가는 그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성(다름)을 어떻게 팔 것인가와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뒤의 사진 4장을 한번 보시죠. 첫 번째는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10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븐 잡스 극장에서 5G를 지원하는 신형 ‘아이폰12’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이고, 두 번째는 박정호 SKT 사장이 10월 27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T팩토리를 소개하는 모습입니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10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븐 잡스 극장에서 5G를 지원하는 신형 ‘아이폰12’를 공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박정호 SKT 사장이 10월 27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T팩토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동영상 캡쳐)


세 번째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0월 27일 경기도 판교 엔씨 본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미래산업일자리 특별위원회 현장 방문 및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이고, 네 번째는 구현모 KT 대표가 10월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KT 성장 방향을 제시하는 사진입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0월 27일 경기도 판교 엔씨 본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미래산업일자리 특별위원회 현장 방문 및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엔씨 제공
▲구현모 KT 대표가 10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한다는 KT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KT제공


팀쿡과 박정호 CEO는 검은색 티셔츠에 노타이 차림이고, 김택진·구현모 대표는 양복에 넥타이 차림이군요.

‘아이폰12’라는 첨단 기기와 ‘T팩토리’라는 첨단기술 체험공간을 설명할 때와, 나이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방문했고 공식 컨퍼런스 행사 이후 이어진 간담회라는 점이 달라서인지 드레스 코드가 정반대입니다.

자유로움과 답답함이랄까요. 구 대표의 드레스 코드는 “넥타이라도 좀 푸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공부 잘하는 시골 학생 KT, 여학생들에게도 인기 있었으면

사실 구현모 대표는 전임 황창규 회장과 달리 CEO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본인 직급을 회장에서 사장으로 낮췄고 KT가 먼저 홍보되길 바라죠.

그래서 이날 기자간담회도 CEO 취임이후 7개월 만에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경영진 간담회’로 이름을 붙여 박윤영 사장(기업부문장), 전홍범 부사장(AI/DX융합사업부문장)도 프리젠테이션을 했죠.

하지만 이제는 KT가 회사와 CEO의 이미지 코드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T라고 하면 꼰대 같고 늙고 비효율적이라는 편견이 여전한 만큼, 이를 깨부수는 좀 파격적인 변신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왼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7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디지털경제 혁신연구포럼 출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제공


구 대표가 말했듯이, 지난해 KT의 클라우드 사업은 매출 3500억 원을 올려 토종 클라우드 기업 중 1위를 차지했지만 시장에서는 네이버 클라우드나 NHN 토스트와 달리 잘 모릅니다. KT가 클라우드를 10년 전부터 했고, 경쟁력이 상당하다는데 별 관심이 없죠.

이처럼 공부(실적과 R&D기술)는 잘하지만 시골 학생 같은 KT가 여학생들(시장가치)에게도 인기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과 CEO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다듬었으면 합니다. 물론 KT만의 방식을 찾아서요. 권영수 LG 부회장이 LG유플러스 대표이사였던 시절, 양사의 AI 스피커 제휴 기자 간담회 때 운동화를 신고 참석했던 한성숙 네이버 대표처럼, 솔직하고 당당한 드레스 코드를 취하는 것도 방법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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