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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후보는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는 정상적인 정당 정치가 아니다. 두 당을 합쳐야만 후보가 하나일 수 있다”면서 “후보 단일화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이루지 못하고 선거를 치르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합쳐 본인이 대표 야권 후보로서 선거를 치른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바른미래의 반발은 거세다. 박주선 바른미래 공동대표는 지난 8일 “청산과 배제 대상인 한국당과 연합·연대를 비롯해 당대 당 통합을 통한 단일화는 결코 있을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철수 후보는 “유권자가 야권 대표 선수에 표를 몰아주는 방식의 단일화만이 가능하다”며 중도 포기는 절대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때문에 단일화 협상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3일 두 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위해 첫 만남을 가진 이후 급물살을 탔던 연대론이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큰 탓에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선거가 사흘밖에 남지 않아 단일화 효과가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점도 두 후보가 결국 각개전투로 선거에 임하게 된 배경이다. 이미 투표용지가 모두 인쇄된데다 지난 8~9일 사전투표까지 마친 상황에서 단일화 카드를 꺼내 얻는 이득 보다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표용지에 ‘사퇴’라는 문구가 기재될 수 없어 사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10년 6·2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위해 투표일 사흘전 사퇴했지만, 무효표가 무려 18만표에 달했다. 이는 당시 김문수 경기지사 당선자와 유시민 후보의 표차(4만5000표)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지방선거 이후 예상되는 야권발(發) 정계개편도 두 후보가 단일화를 두고 주판알을 굴리는 이유다. 바른미래당 창당을 이끈 안 후보 입장에서는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이 반발의 목소리가 커 이를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최근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며 개혁 보수를 주장하는 바른미래가 한국당과 통합을 하면 진보진영의 표밭으로 분류되는 광주에서도 지지를 얻기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도 바른미래의 흡수합병을 통한 야권개편을 노리고 있어 줄기차게 당대 당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영석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야권발 정계개편을 불가피할 것”이라며 “각 당이나 후보 입장에 따라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