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취재진이 청소년 도박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접촉한 ‘고교생 총책’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남학생들 중 절반은 도박을 해봤을 것이고 또 그 중 절반은 심각한 수준으로 도박을 즐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 십만원은 기본, 수 백만원까지 도박에 넣는 학생들도 상당수라고 이 총책은 전했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우리의 중요 고객”이라며 청소년들에게 손을 뻗고 있다는 사실을 거리낌없이 말하기도 했다.
마치 다단계처럼 청소년 총책들이 도박으로 번 돈을 자랑하며 다른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이 다시 다른 학생들을 유혹하는 악순환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 2024년 교실의 현주소인 셈이다. 우리가 청소년 문화에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 ‘불법 도박’이라는 독이 교실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법 사이트나 계좌 등에 대한 조기 차단 제도 및 기술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을 곁에 두고 있는 부모님과 선생님 등 어른들의 관심이다. 자녀 혹은 학생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할 때 관심을 갖고 나누는 대화가 도박의 수렁에서 벗어날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