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명태균 녹취록’ 파문이 커지면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는 대규모 집회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9일 서울 광화문 등 도심에서는 수만명이 모이는 집회가 열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인 민주노총 조합원과 경찰이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제지하던 경찰관과 참가자들이 엉키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는데요. 이에 대해 책임 공방이 펼쳐졌습니다.
|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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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민주노총 등은 지난 9일 오후 4시 5분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대회’를 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사전 협의한 집회 장소를 이탈해 세종대로 모든 차로를 점거하고 다른 도로로도 진출하려 했고, 경찰은 이를 제지하면서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해산 명령 등 상당 시간 시정 조치를 요구를 했는데 주최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경찰은 이 진압 과정에서 경찰관 105명이 골절좌상 및 인대파열 등 부상을 입었습니다. 민주노총 측에서는 경찰의 방패에 맞아 갈비뼈를 다친 조합원 등 총 14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이 강경진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조지호 경찰청장은 “일반 시민이 지나다닐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라도 열자고 한 게 강경진압이라니 동의하기 어렵다”며 “불법이 만연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입는 피해는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측은 “차량부착형 차단벽과 중무장한 경력으로 행진을 가로막았다. 어떤 설명도 없었다. 참여한 민주노총 조합원을 자극할 목적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경찰이 충돌을 유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습니다. 예산안 상정 등이 예고됐던 행정안전위원회는 고성이 오간 끝에 파행됐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시 본질과 거리가 먼 집회 강경진압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중의 지팡이라고 했더니, 권력의 몽둥이가 돼서 민중을 향해 휘두르는 이런 행태는 반드시 뜯어고치도록 하겠다”며 “이번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점들을 명확하게 반영을 해야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고, 이튿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경찰청장의 진심어린 사과가 있을 때까지, 재발방지 약속을 할 때까지 모든 예산 심의 절차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야당의 거센 반발에 조 청장은 “경위가 어찌 됐든 사람들이 다친 부분에 있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또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야당 측에서는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제대로 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16일 역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인데요. 경찰과 집회 주최 측 모두 표현과 질서의 공존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